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계경제전환과 한국의 선택:하/조순(특별기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계경제전환과 한국의 선택:하/조순(특별기고)

입력
1993.12.30 00:00
0 0

◎길게보고 지력과 인재를 양성하자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타결이후 우리농업의 획기적인 부흥을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획기적인 방안이 아니라 획기적인 성과인데 그런 획기적인 성과를 낼 방법이 손쉽게 발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 농업 및 농촌의 문제는 우리나라 산업 및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때문에 여타의 경제정책을 그대로 두고 농업만 따로 떼어서 그것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방법은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농업이 낙후됐다. 농촌이 낙후됐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 인식은 문제의 핵심을 잘못 본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농업과 농촌이 낙후된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여타의 경제운영의 방향과 농업정책의 방향이 서로 맞지 않았다는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와같은 정책상의 분렬증의 원인은 농업과 농촌에 관한 정책이 항상 총체적인 경제정책의 테두리속에서 구상되지 못한데 있다. 전체 경제정책이 농업정책과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농업정책은 농업만 들여다보면서 줄곧 증산을 목표로 이루어져 왔다. 그 결과 농외소득의 원천이 개발되지 못하고 영농은 쌀에 의존하는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런 정책구상의 이분화를 유지하면서 농업과 농촌을 부흥시킨다는것은 불가능하다. 전체 경제와의 연관성을 유지하지 않으면서 농업이나 농촌만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는 없다. 농업과 농촌의 문제를 경제 전체적인 시각 그리고 또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시각에서 조망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리하여 지금부터라도 농업과 농촌공동체를 살리는데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흔히 우리 경제의 장래는 수출에 달려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세계무역기구(WTO)시대에 접어든 우리로서는 이런 인식에 대해 적절한 수정을 가할 필요가 있다. 좀더 넓게 깊게 생각해야 한다. 수출은 무엇에 달려 있는가. 그것은 기술에, 기업경영의 효율성에 달려있다. 또 그러면 이것들은 무엇에 달려있는가. 결국 사람, 즉 인재에 달려있다. 만일 우리의 관리가 미일의 관리만 못하고 우리의 회사원이 미일의 그들만 못하고, 우리의 지식수준이 다른 나라의 그것만 못하다면 우리가 국제경쟁에서 패배할것은 당연할것이다. WTO시대는 상품의 경쟁시대라기보다는 지식의 경쟁시대이고 사람의 능력 경쟁시대다. 나는 전부터 한 나라의 수준은 1인당소득보다는 1인당 지식에 의해 결정되고 그 나라의 앞날은 그나라 사람들의 「지력」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주장해왔다. WTO시대가 되니 이 인식의 타당성은 더욱 절실하다. WTO시대는 어떤 의미로는 상품의 경쟁에서 아시아제국에 밀리기 시작한 구미제국이 경쟁의 무기를 상품으로부터 지식과 지력으로 전환하여 아시아제국에 재도전하는 시대로 해설할 수도 있다. 사람의 능력을 제고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길러진 인재를 잘 쓰는 일이고, 장기적으로는 인재 자체를 기르는 일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 양자에 결쳐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우선 단기적으로 길러진 인재를 잘 등용하는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한다. 먼저 공공부문에 국한하여 한가지 말한다면 공무원의 채용에 관한 제도를 개선함이 필요할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공무원중에 많은 유능한 인재가 있다는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시대의 풍향에 맞추어 정책의 이노베이션을 이룩하자면 공무원채용에 상당한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것도 부인할 수 없다.【한은총재고문·전부총리】<2면에 계속>

◎세계경제전환과 한국의 선택

<1면에서 계속> WTO시대에는 정책의 이노베이션이 과거 어느때보다도 절실하다. 항상 일정한 스타일의 사람들만이 살아남은 폐쇄적인 세계에 새로운 바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통풍채널을 마련하자. 그것은 또 원래 유능하던 사람이 사고의 유연성을 잃고 경직화되는 안타까운 경향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그들의 전문지식의 부족을 각 부처가 하나씩 마련한 연구원의 연구에 의존하고 있다. 이것은 세계의 다른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제도인데 장점도 있으나 무시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공무원들이 연구원에 너무 많이 의존하면 장기적으로는 공무원의 「지력」발전을 저해하고 연구원은 연구원대로 부처의 이익을 대변하는 과정에서 매너리즘에 빠져 나라를 위한 격조 높은 연구업적을 낼 수 없게 된다. 연구원의 자율성을 높이고 공무원의 연구원의존도를 줄이는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인력을 개발하기 위하여 교육의 개선이 필요하다는것은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사항이다. 여기서는 교육에 관해 상론할 수 없으나 한가지 지적하고자 하는것은 한자에 관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지력을 높이고 우선 동북아시아에서나마 국제화에 기여하기 위해 한자교육 및 사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 주장은 내가 한자를 다소 안다는 사실과는 전혀 무관하다. 한글전용이 우리시대의 「지력」발전을 저해하고 있고 앞으로 그 경향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