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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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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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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무상이라는 말이 있지만 정치처럼 무상, 즉 변화무쌍한것도 없을듯 하다. 정치가 제대로 풀릴 때는 권력 지위 부 영예 및 인기와 박수가 따르지만 어느날 상황이 바뀌면 모든것이 급전직하,일장춘몽이 되고만다. ◆이럴 때 영원할것처럼 강조됐던 인정 의리 상식 우의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등을 돌리는게 냉엄한 현실이다. 6공때 민자당대표를 지내고 민정계의 관리책임자로 있다가 대통령후보문제로 노태우대통령과 갈등을 일으켜 정계를 은퇴, 근10여개월간 일본서 병치료를 위해 체류중인 박태준 전포철회장이 처음으로 입을 연것이 화제가 되고있다. 박씨는 월간「논단」1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그동안 당한 배신감과 울분을 토로했다. ◆그가 말하는 배신감은 3가지. 첫째로 노대통령의 아리송한 권유로 대선후보작업에 나섰다가 노씨의 위협적인 엄포로 강제 중단당했고 중립내각선언도 일절 귀띔을 받지못했다는것. 둘째 새 정부가 포철에 대해 세무사찰결과 정치자금으로 유용한 사실이 없자 출가한 딸들의 주식까지 자신의 축재로 발표한것. 끝으로 자신이 키웠던 포철의 간부들이 개혁그룹과 손잡고 자신을 깎아내린것등이다. ◆그동안 과거 측근이나 친지들로부터 편지나 전화 한통없었으나 일본 정·재계의 지인들의 도움으로 생활한다는 근황을 들으면서 한때 집권당의 대표가 귀국하지 못하고 이국에서 지내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러나 아쉬움은 크게 남는다. 박씨는 누가 뭐래도 24년간 혼신의 노력으로 포철을 세계 3위의 철강회사로 일으킨 한국제철공업의 제1의 유공자다. 만일 그가 아무리 강권했다 해도 정치에 발을 넣지않고 계속 포철의 명예회장등으로 철강업계를 지켰다면 어떠했을까? ◆정치와 권력의 비정함과 배신감도, 또 온갖 수모도 당하지않고 오직 「철의 사나이」가 아니라 이 땅의 「철의 아버지」로 추앙받지 않았을까. 철은 언제나 정직하지만 정치는 정직하지 않다는것을 각계의 지도층들은 깊이 새겨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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