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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 문인 산문집 세밑 “풍작”(문학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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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 문인 산문집 세밑 “풍작”(문학살롱)

입력
1993.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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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승세·이제하·최하림·이문구씨 등/“삶의 내면 진솔한 고백” 좋은 산문은 시·소설과는 또 달리 삶의 진실로 육박해가는 감동을 준다. 올 연말에는 어느 때 보다도 많은 산문집이 나왔다. 신간 산문집들은 대부분 신변잡기류의 수필과는 거리가 있는 중진 문인들의 작품이어서 글쓰기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천승세씨의 「하느님 형님, 입질 좀 봅시다」와 「번데기가 자라서 하늘을 난다」(열린세상간), 이제하씨의 「바다」(산책간), 최하림씨의 「우리가 죽고 죽은 다음 누가 우리를 사랑해 줄 것인가」, 이문구씨의 「소리나는 쪽으로 돌아보다」(열린세상간), 김원일씨의 「삶의 결 살림의 질」(세계사간), 윤흥길씨의 「텁석부리 하나님」(열린세상간)등은 산문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작가들의 내면을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내는 책들이다. 

 이 책들은 작가들의 사적인 부분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자료가 되고, 일반독자에게는 문학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천승세씨는 평생 취미로 삼고 있는 낚시에 관한 에세이 「하느님 형님…」과 일상의 편린을 묶은 「번데기가 자라서…」를 펴냈다. 한꺼번에 두 권의 산문집을 낸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등살에 억지로 성악을 공부해야만 했던 「고행」이 성대를 다침으로써 우연찮게 해결된 일에서부터, 「주간한국」 기자 시절 정신없이 바쁜 중에도 낚시를 다니던 풍류를 익살스럽지만 고전적인 문체로 들려주고 있다.

 「바다」는 시인이며 소설가·화가이기도 한 이제하씨의 다양한 재능을 쏟아놓은 산문집이다. 그가 「소묘집」이라고 이름 붙인 글모음은 그의 표현대로 『산문시와 수필의 중간 형식』 에 놓여 있다. 

 속도감 있는 드로잉을 한켠에 두고 2백자 원고지 5장 정도의 짧은 글을 통해 그는 삶의 경험과 문학의 지표를 말하고 있다. 그의 독특한 문체와 예술가적 분위기를 어느 때 보다도 진하게 느끼게 하는 책이다.

 윤흥길씨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문학과 종교를 연결하는 시도를 해보이고 있다. 그는 기독교문학을 기독교를 전파하는데 도구가 되는 문학이라기 보다 『작가의 중심에 자리잡은 기독교 교리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은 가운데 써낸 작품』으로 정의하면서 문학과 종교의 연결고리를 더듬고 있다. 국어사전을 들고 다니며 영어단어 외우듯 우리말을 외워 익힌 숨은 노력등 문학에 정진하는 작가의 노력도 엿볼 수 있다.

 이밖에 14년만에 산문집을 내는 이문구씨는 「소리나는 쪽으로 돌아보다」에서 우리말을 찾고자 하는 노력으로 서두를 꺼내고 있으며, 김원일씨는 월북한 아버지를 가진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 어머니에 대한 기억등을 적고 있다. 최하림씨는 문학외적인 문제도 함께 다뤄 산문의 폭을 넓히고 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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