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협상서 진가… 차기 대권 넘봐/자파시라크와 경쟁·경기회복여부 변수 에두아르 발라뒤르. 64세. 터키계 이민출신으로 지난2월 프랑스총선에서 우파연합이 승리하면서 총리에 지명됐을 때만해도 그는 국내외에서 주목을 끌지 못하던 정치신인이었다.
정치경력이라고는 1차좌우동거 내각때 재무장관(86∼88년)을 지낸것이 전부였다. 2월 총선에서 제1당으로 부상한 공화국연합(RPR)의 자크 시라크총재는 치밀한 정치적 계산을 했다. 그는 내년봄 대통령선거에서 오랜 대권의 꿈을 이루기위해 경제회복의 난제를 떠맡아야하는 총리직을 정치적 야망이 없는 자파의 발라뒤르에게 넘겨주었다. 그러나 시라크는 지금 TV정치풍자극에서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인물로 묘사되고있다.
10개월이 지난 지금 발라뒤르가 국내외에서 누구보다도 확고한 정치적 위치를 굳혔기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프랑스의 희망이자 가장 유능하고 사랑받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게 됐으며 국외에서는 가장 영향력있는 유럽의 정치지도자중 한명으로 부상했다.
워싱턴은 이름마저 생소했던 그를 상대하기 벅찬 거물 정치인으로 인식하게됐다.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그의 부상을 프랑스의 정치평론가들은 「발라뒤르현상」이라고 부른다.
발라뒤르는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실업난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개월간 여론조사에서 프랑스국민이 가장 원하는 차기 대통령감으로 줄곧 1위를 차지해왔다. 시라크는 물론 좌파의 자크 들로르유럽공동체(EC)집행위원장을 상당한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그의 정치외교적 역량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프랑스와 유럽을 UR협상의 가장 큰 승리자로 만드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협박에 가까운 미국의 집요한 공세와 EC내부의 불협화음을 프랑스와 유럽의 이익수호라는 변함없는 소신으로 극복했다.
르몽드지는 UR타결과 함께 「발라뒤르시대」라는 부제를 달았을 정도였다.
그는 프랑스의 기성정치인과는 분명히 다른 풍모와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를 만났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중용과 절제의 비범한 감각」을 지닌 인물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정치인보다는 공복으로서의 일관된 자세와 일에 대한 추진력, 온화함과 귀족적 권위, 질서와 실용성의 존중등이 그를 묘사하는 말이다. 그는 또한 천성적으로 카리스마와 정파간 분쟁, 정치적 권모술수를 싫어하고 한번도 대권에 대한 야망을 드러낸 적이없다.
발라뒤르는 과연 내년봄 대선에서 미테랑의 14년 집권을 넘겨받아 명실상부한 세계의 지도자가 될것인가.
그는 아직도 『욕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대권도전은 필연적으로 시라크RPR총재와의 경쟁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또한 내년의 경제회복여부도 중대한 변수이다.
그러나 발라뒤르 개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대권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내각서열 2위인 시몬 베이유사회문제장관과 레오타르 국방장관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발라뒤르의 우파대권후보당위성을 처음으로 제기하고 나선것이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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