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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할테니 나타나세요”/잠수교 차사고 혼자된딸 호소(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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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할테니 나타나세요”/잠수교 차사고 혼자된딸 호소(등대)

입력
1993.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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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시원히 사고의 진상만이라도 알았으면 바랄 게 없겠어요. 진심으로 뉘우치기만 한다면 그 사람도 용서하겠어요』 지난 24일 새벽기도길에 나섰던 일가족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잠수교 승용차 추락사고의 유일한 유가족 윤지영양(22·성신여대3)은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표정으로 뺑소니차의 운전자가 어서 잡히거나 자수하기만 기다리고 있다.

 부모님과 언니, 동생이 집을 나선 그날은 평소에도 주일마다 빼놓지 않고 다니는 용산구 동부이촌동 충신교회의 부흥특별기도회 마지막 날. 대입수험생인 동생 나영양(18·중경고3)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도록 기도를 드릴겸 온 가족이 떠난 예배길이었다. 윤양만은 평소대로 집에 남아 친척들과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기로 한 성탄절을 기다렸다.

 아침 6시면 어김없이 돌아오던 가족들이 3시간이 넘도록 소식이 없어 불안해 하던 윤양은 아버지 회사로부터 왜 출근을 않느냐는 전화를 받고 예감이 이상해졌다. 그때 용산경찰서 교통사고조사반의 비보가 날아왔다.

 퇴계원 내강리 교회묘지에 가족들을 묻고 나서야 말로 표현못할 슬픔이 찾아왔다. 아버지 윤웅대씨(53)는 대한건설협회 하도급분쟁조정위원회 간사로 가족들에게 싫은 소리 한 마디 안하는 자상한 가장이었고 내년에 교회선교회 부회장을 맡기로 한 독실한 크리스천, 언니 소영양(23·중앙대 영화과대학원1)은 대학시절인 90년 공익광고작품현상모집에서 방송부문 장려상을 받은 방송극작가였다. 동생도 작년에 문학사상사가 주최한 제1회 청소년문학상에서 수필부문 가작을 차지했을 만큼 재능있는 여고생이었는데 모두가 한 마디 말도 없이 곁을 떠난것이다.

 『도대체 그 뺑소니차는 어디 있나요. 처벌을 원하지 않아요.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자세한 상황이 알고 싶어요』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윤양의 애절한 하소연을 모른척하는 차량번호 4471호 뺑소니차의 운전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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