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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이론적 틀 제시/존 마틴저「현대춤의인식」(다시보고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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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이론적 틀 제시/존 마틴저「현대춤의인식」(다시보고싶은 책)

입력
1993.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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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예술로서의 춤 특성 첫 규명/공연자­관객 감정소통방식 강조 인생과 가치관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책이란 두꺼운 책일까, 혹은 얇은 책일까? 이것은 매우 단순한 질문같지만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들에게 한번은 마음속으로 되십게 만드는 의문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나의 경우는 두껍고 엄청난 량의 지식을 깔고있는 책에서 어떤 지적충격과 강한 영향을 받은 일은 거의 없다.대부분 우연히 접하게 된 한권 분량의 노트와 같은 책에서 더 강한 영향을 받게 됐다.

 1933년 미국에서 간행된 존 마틴의 「현대춤의 인식」이 바로 그런 예이다. 이 책은 1백40쪽 남짓한 책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흔히 들어 알고있는 현대무용이란 예술에 대해 거의 최초로 분석적이고 이론적인 입장에서 서술해간 책이다. 1930년께 미국문화가 한창 독창적이고 지적으로 왕성한 의욕을 발휘할 무렵, 당시 「뉴욕 타임스」의 무용평론가였던 저자가 뉴욕의 「뉴스쿨」(현재는 사회과학 연구학교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새로운 예술무용의 미적 특성을 설명하고 갈파한 강의를 모은 책이다. 나로서는 20세기 현대예술이론서에서 대표적인 10권의 책중 한 권으로 언제든지 꼽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의 중요성은 20세기의 대표적인 극장예술로서 현대무용의 중요한 형식적 특성을 처음으로 규명했다는것 이외에도 특히 우리문화의 현 단계와 연관지어 생각해본다면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점이 많다. 그 첫째는 저자가 유럽 중심의 오래고 전통적인 극장예술이었던 발레와 새로운 현대무용을 구별하면서 당시의 새로운 극장무용을 「모던 댄스」로 부르고 그것을 미국적인 예술적 특성(「아메리카나」로 불린다)과 깊숙이 관계맺게 했다는 점이다. 두번째로는 한 사람의 저널리스트가 단순한 사실보도의 기능을 초월해 특이한 심미안을 갖춘 예술이론가이자 적극적으로 낯선 예술을 대중에게 이해시키는 일종의 문화계몽자 역할을 역사적인 시기에 성공적으로 해냈다는것이다. 오늘날 우리 예술사회에서도 한국적인 미적 특성이나 그 장르의 규명문제, 비평의 독창성과 저널리즘의 전문성등을 고려해본다면 60년전 약관의 나이로 그런 모든 것을 성취한 마틴의 예리한 문화적 시각과 지적 옹호력은 경이스러운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존 마틴은 「현대춤의 인식」에서 이른바 현대무용을 연극보다 더 근원적이면서도, 20세기에 들어서는 연극의 기능을 「흡수한」 새로운 극장예술로 여기면서 그 특이한 미적 특징은 인간신체에 대한 현대인의 새로운 자각을 근거로 해 공연자와 관객이 감정의 소통을 이루는 예술방식으로 봤다. 이른바 메타키네시스라 불렸던 움직임을 통한 감정의 전달방식과 관객과의 소통은 그의 이론체계에서는 매우 중요한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가 자신의 관찰과 이론의 출발점으로 삼았던 독일의 안무가 마리 비그만, 미국의 마사 그레이엄과 도리스 험프리 이후의 현대무용은 더 추상적이고 난해한것이 되어갔다. 하지만 나는 현대의 예술이 표현이고 변형이며, 어떤 형태로든지 관객과의 소통이란 마틴의 완고한 믿음은 현대예술이 추상화돼가고 있는것 못지않게 필요한 미학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주의(사실주의)의 초극과 장식성의 제거 위에 모든 현대예술이 존재하고 있으며, 특히 현대무용은 인간신체와 움직임의 새로운 인식에 근거한다는 마틴의 주장은 「여성의 예술」로 여겨왔던(현대)무용을 처음으로 자율적이면서 「심각한」 예술형태로 바라보게 했다.<김태원·동아대교수·무용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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