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은 작업” 정부 직접나서 주목 『경제전망은 틀리기 위해 만들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각종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제현실에서 미래의 성장률 물가 국제수지따위의 수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확도와 신뢰성을 생명으로 여기는 통계청이 경제전망작업에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91년 연세대 서승환교수팀과 공동으로「가칭 통계청계량경제모형」을 완성한 통계청은 박사학위소지자를 특채하는등 전문인력을 보강하고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등 기존의 전망기관과의 교류를 통해 검증작업을 벌여온 끝에 빠르면 내년부터 경제성장률 물가 국제수지등 경제전망에 대한 예측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경제전망치를 작성해본데 이어 이미 내년도 경제전망치도 작성이 완료된 상태』라고 밝히고 『구체적인 수치는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지만 통계청이 작성하는 모든 자료는 발표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빠르면 내년도에는 95년 전망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경제전망치는 산업활동동향 고용동향 물가동향등 통계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각종 통계조사의 기초자료를 계량경제모형에 대입한뒤 대형컴퓨터인 통계청 주전산기 「IBM 3090」을 통해 반복검증을 거쳐 산출된다.
통계청은 매월 경기종합지수분석을 통해 선행·동행·후행지수를 계산, 경기예측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경기흐름의 추세만을 가늠해보고 사후적으로 경기의 순환을 검증해보는데 그쳐 구체적인 미래의 경제모습을 예측해보는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자체인식에 따라 경제전망작업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직접 실물경제를 접하지 않는 학자들이 경제전망을 함으로써 실제 현장의 감을 놓치고 있다는 잠재적인 불신감도 작용했다는것이 한 실무자의 설명이다.
사실 경제예측치의 정확도는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전망을 전망 자체로 보지 않고 꼭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반의 인식은 경제전망작업의 어려움을 더해주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도 국정감사때마다 예측치가 빗나간데 대해 추궁을 당해야 했고 이러한 「비난」을 견디다 못한 송희년전임KDI원장은 올해초 공식적인 경제전망을 공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기까지 한 적도 있다.
이처럼 말많은 경제전망작업에 정부가 직접 나선데 대해 일부에서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간부는 『기초통계자료를 다루는 기관이 경제전망치를 내놓게 되면 전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당초 전망에 들어맞도록 결과치를 조작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예측치가 빗나갔을 경우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는것도 지적되고 있다. 실제 선진국들의 경우도 이러한 점을 의식, 직접 정부가 전망치를 발표하지 않고 출연 연구기관이나 중앙은행등을 통해 발표하고 있는것이 사실이다.【김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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