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이 생존명암 좌우/국제화적응 도약계기 삼아야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은 우리에게 쌀과 농산물시장 개방이라는 시련을 안겨줬다. 그렇지만 부존자원이 거의 없어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다 가공수출해야 경제를 꾸릴 수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UR체제의 새 국제무역질서에선 이익을 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기획원 상공자원부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UR의 분야별 득실은 ▲농산물 지적재산권 서비스등에선 단기적 충격이 예상되나 ▲공산품 관세인하 반덤핑 정부조달협정등에선 교역확대의 좋은 기회로 평가된다. 굳이 따지면 UR의 전체 득실은 우리 입장에서 7대3 정도로 잃는것보다 얻는것이 많다는 분석이다.
상공부가 최근 발표한 대미교역상 품목별 영향을 보면 구체적인 득실이 잘 드러난다. 상공부는 대미 10대수출품목 가운데 반도체와 철강이 각각 UR에 따른 수출증대효과를 가장 크게 누릴것으로 추정했다. 반도체와 철강은 반덤핑제소 억제와 무세화(관세 폐지)로 수출장벽이 크게 해소될것이고 국내업체도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또 의류는 섬유쿼타의 점진적 철폐로, 컴퓨터는 무세화와 UR에 따른 미국경기 회복전망에 따라 각각 상당한 수출증대가 예상된다. 자동차는 원산지규정이 명료해진 부수효과를 얻을 전망이며 VTR과 플라스틱제품은 무세화로 적잖은 수출신장이 기대된다. 신발류는 가뜩이나 악화된 가격경쟁력이 관세인하로 더욱 두드러져 시장잠식이 가속될 우려가 크다.
대미수입은 쌀시장개방과 쇠고기쿼타 증량으로 농산물 도입이 크게 늘어날것으로 보인다. 또 관세조화(하향평준화)품목인 화공품, 건설장비와 농기계와 무세화대상인 일반기계, 지적재산권상 반도체칩 보호강화의 영향을 받는 반도체, 무세화에 포함된 종이제품등의 수입이 늘어날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상공부는 특히 반덤핑분야 타결로 그동안 국내 수출기업의 발목을 죄었던 덤핑규제가 크게 해소될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반덤핑규제를 받으며 수출중인 품목은 컬러TV 반도체 철강판재류등 16건으로 대미 전체수출의 7.9%에 이르고 있다. 미국업계의 반덤핑제소 남발로 그동안 국내업체가 겪은 홍역은 실로 엄청나다. 지난 84년 보스턴시의 종업원 22명의 영세업체인 스프링필드사가 한국산 앨범에 대해 반덤핑제소를 감행, 무려 80여개 국내앨범업체가 무더기 도산했었다. 또 미국 반도체업계에서 시장점유율이 고작 2%선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사가 국내 반도체3사에 덤핑제소해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이번에 확정된 UR 반덤핑규범상으로는 동일업종의 국내시장 비중이 상당수준(25%내외)에 이르는 생산자만 제소자격을 가질 수 있다. 또 덤핑마진율이 2%, 수입비중이 3%이하면 덤핑조사가 자동 종결된다. 따라서 반도체 반덤핑제소에서 1%미만의 최종마진율 판정을 받은 삼성전자는 이제 무혐의 처리된다.
이와함께 반덤핑제소 소멸시효가 5년으로 설정돼 지난 84년부터 피소된 컬러TV 앨범 아크릴제품등 상당수 품목의 대미수출이 재개될 수 있게 됐다.
현재 반덤핑피소된 16개 대미수출상품의 수출실적은 9월말 현재 12억7천만달러(1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 상품들이 규제의 족쇄를 벗으면 그만큼 수출신장에 도움이 될것이 확실하다.
UR의 긍정적 효과는 다른 분야에도 많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해결절차가 가동되면 그 악명높은 미국의 슈퍼301조는 크게 무력화될 수 있다. 수출자율규제(VER)가 UR발효후 4년내 철폐됨에 따라 특수강등의 대미수출에 활력이 되살아날것이다. 상계관세 규제를 받고 있는 금속제양식기 철강판재류등도 피해를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UR가 대미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은 유럽공동체(EC)와 일본등 주요 선진국시장에도 대체로 비슷하게 적용된다는 분석이다.
UR는 농산물 서비스등 취약분야에 단기적 충격과 고통을 몰고올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어차피 겪을 구조조정과 진통이라면 얼마나 슬기롭게 빨리 극복하느냐가 남은 과제다. 구한말 이후 1세기만에 다시 맞은 UR시대 「제2의 개국」을 통해 우리경제는 개방과 국제화추세를 「순풍」으로 승화시켜 새 도약의 길로 닦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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