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인 과거 회상… 피상적 조명엔 아쉬움 MBC TV 「속 그때를 아십니까」(일 하오10시50분)는 시골집 안방 한구석의 가족사진들을 모아놓은 흑백사진액자처럼 기쁨 희망보다 가난과 고통의 기억이 더 컸던 지난날들을 아련한 그리움으로 우리에게 가져다 준다.
산자락끝에 눈을 이고 야트막하게 내려앉듯 들어선 시골마을, 얼음이 떠가는 냇가에서 언손가락을 펴가며 빨래하던 우리들의 어머니들, 논에서 얼음을 지치는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 벙거지를 눌러쓰고 추운밤 골목을 누비던 고학생들의 찹쌀떡 메밀묵 사라는 외침등. 지난 26일에 방영된 「그해 겨울들」은 과거 추웠던 겨울의 단편들을 모았다. 30대이후 세대엔 깔끔한 한편의 수필을 읽듯 부담없이 과거를 회억해보는 시간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시대 공통의 기억들을 주제로 하는 이 프로가 기성세대에 크게 어필할 수 있는데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어쭙잖은 과거의 재연보다 당시의 사회상을 담은 귀한 필름이나 신문기사등 1차자료로 내용을 구성하고 주제에 관련된 불특정 일반인의 기억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비가 오듯 줄이 가는 낡은 필름, 당시를 산 시골아저씨의 얘기 한마디등은 비록 이 프로가 빛바랜 과거를 전달하지만 그 생생함을 잃지 않도록 한다.
여기에 멋을 부리지 않은 정감어린 단어들로 이뤄져 고급스런 느낌을 주는 소개말과 성우 김세원의 다정한 어투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프로가 전해주는 과거와 자신의 지난 기억들을 동조시키며 빠져들게 한다.
그러나 이 프로가 단순히 지난시절의 그리움을 전달하는것을 넘어 보다 큰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몇가지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사실 지금까지 다뤘던 소재나 하고자 하는 말들이 전시대 절대가난의 피상들에 국한된 경우가 많았다. 가난의 실체, 가난의 원인등 보다 깊이 있는 과거성찰이 되지 못한 느낌이 크다.
또한 다루는 과거얘기가 현재와 연결되지 못한 면도 있다. 특히 급격한 문화변이로 기성세대의 과거와 거의 단절되다시피한 젊은 세대를 붙잡기에는 이 프로는 역부족이다.
이 프로가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나 건드리는 단순한 향수나 영탄조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소재의 발굴이나 보다 심층적인 접근을 통해 피상을 탈피하고 현재와의 연결고리들을 찾아야 할것이다.【김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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