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업무 강조속 유연한 행보/내부 언로트기 노력… 보고서 대폭축소/긴장했던 총리실 직원 등 “일할맛 난다” 이회창국무총리는 과연 강성인물인가. 그는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스타일 대로 내각을 사정과 개혁의 틀속에 집어넣고 앞으로만 달릴것인가.
이총리의 취임초 행적이 정·관가는 물론 일반국민에게도 큰 관심거리다. 이는그가 대법관 감사원장 재임시 보여준 모양새가 전임 총리와는 판이했기 때문이다. 특히 총리의 집무스타일이 내각의 성격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독특한 이총리의 이력은 자연히 여러모로 관찰되게 마련이다.
이런 가운데 27일로 취임10일을 넘긴 이총리가 일부의 예상과 달리 내각의 화합과 융화를 강조하며 상당히 유연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또 다른 화제를 양산하고 있다.
「융통성없이 원칙만을 강조하는 외곬총리」가 아닌가하고 우려하던 총리실간부들은 총리에 대한 구체적 평가를 유보하면서도 이총리가 밖에 알려진 강성이미지와는 많이 달라『열심히 일해볼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총리의 프로필을 소개할때 트레이드마크처럼 붙어다니던 「대쪽」「원칙주의」「굽히지않는 소신」등의 수식어들에 취임전부터 주눅이 들다시피했던 총리실직원들은 실제로 접해보니 많이 다르다는 말을 하고있다. 특히 총리실이 생긴뒤 처음으로 27일 이총리가 내부승진케이스로 비서실장을 발탁하자 총리실은 『이총리가 일할 맛을 나게한다』며 기대에 부풀어있다.
흔히 총리는 행정의 실무적인 경험외에도 청와대 및 부처와의 밀접한 교감과 융화는 물론 국회관계도 무시할 수없는 정치적 자리로 일컬어진다. 이런 점에 비추어 외곬에 가까운 소신과 원칙을 고수하며 살아온 이총리의 「강성」이미지가 총리직과 잘 조화될 수 있을까 하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사실 취임초 첫기자회견에서 이총리가 『그동안 맡아온 일과 직책이 딱딱한 분야라 강성이라는 평가가 있으나 법관이나 감사원장과 총리의 역할은 다르기때문에 총리로서의 모습도 그동안과는 다를것』이라고 말했으나 이를 주목하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화합과 융화를 중시하는 이총리의 색다른 모습은 취임직후인 19일 총리실의 업무보고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날 이총리는 간부들에게 『서로 믿고 얘기하는 이른바 내부의 언로를 트는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참모들은 의전이나 격식같은 겉치레를 중시하지말고 듣기싫은 얘기를 가급적 많이 해달라』고 주문했다.
행정조정실에는 일선부처가 소관업무에 전념할 수있도록 일선부처의 애로사항과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하는데 주력하라고 당부했다. 총리실이 일선부처를 시시콜콜 감시하는 행정의 「시어머니」노릇보다는 일선부처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있도록 지원해주는 「친정어머니」로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 담긴 것이었다.
이총리는 22일 개각후 국무위원간의 첫간담회에서도 『내각이 모래알처럼 흩어지면 안되는 만큼 모든 장관들이 단결하고 해당부처에서는 실세장관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비서실쪽에는 외부행사참가시 교통통제를 하지말도록 했는데 이총리는 『교통체증을 직접 느껴야 교통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될것』이라고 말했고 실제 이총리는 외부행사에 예전보다 30∼40분이나 빨리 나서고있다.
이총리의 강점인 합리성이 가장 잘 드러난 경우는 형식적인 보고관행과 보고자료를 대폭 줄이도록 한것이다. 이총리는 노재봉전총리이후 관행으로 굳어진 총리의 청와대 주례보고에 대비한 보고자료작성, 매주 2차례 총리실간부회의결과의 청와대보고관행을 없애도록 했다. 보고를 위한 행정보다는 일을 위한 행정이 중요하다는게 이총리의 설명이었다.
총리실의 한간부는 『역대총리들이 저마다 참모들의 솔직한 얘기를 듣고싶어했지만 관료조직의 관행상 흐지부지됐다』면서 『이총리의 내부언로 트기 노력은 총리의 의지가 확고한 이상 이제 참모들의 노력에 달려있다』고 총리실의 고무적인 분위기를 전했다.【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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