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한 독자가 사교에 빠진 자신의 어머니를 안타까워하며 나에게 편지를 보내준 적이 있는데, 그 편지는 이런 내용이었다. <…어머니는 이상한 종교에 몰입하여 전 재산을 없앴고, 나중에는 주변사람들의 돈을 닥치는대로 빌려다가 교주에게 바쳤습니다. 우리 형제들이 돈을 모아 몇차례나 빚을 갚아드렸으나 어머니는 계속 빚을 졌고 빚에 몰려 피해다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명문여고와 대학을 나오셨고, 아버지가 돌아가실때까지 큰 풍파없이 살아오신 분입니다. 무엇이 어머니의 영혼을 떠돌게 하는지, 자식들이 눈물로 호소를 해도 어머니의 마음을 붙들 수 없었습니다. 사람이 한 평생 자기정신을 바로 붙들고 사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어머니를 볼때마다 절실하게 느낍니다…>
사람이 한 평생 정신을 바로 붙들고 사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라는 그의 탄식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친다. 사교에 빠지지 않은 우리들도 자기 자신을 달래어 바로 세우려고 때때로 얼마나 애를 쓰곤 하는가.
사창가에서 히로뽕을 투약하다가 24일 구속된 박지만씨(35)를 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정신 붙들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의 초췌한 모습에는 대통령의 외아들로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지만이」의 앳된 얼굴이 남아 있다. 그는 고등학교때 어머니를 잃고, 육사 생도시절 아버지를 잃었다. 부모를 모두 총탄에 잃은 후에도 그의 시련은 계속됐다. 온실의 꽃으로 성장한 그는 하루 아침에 거친 들판으로 내몰린채 아버지를 매도하는 여론에 온 몸으로 부딪쳐야 했다.
그는 89년 코카인 흡입혐의로 입건되어 기소유예처분을 받았고,91년 다시 입건되어 7개월동안 법무부 감호소에서 치료를 받았다. 세번째로 경찰에 잡힌 그는 89년에도 91년에도 그랬던것처럼 『외로움과 고통을 잊으려고 마약에 손을 댔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의 상처, 그의 방황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정신을 바로 잡는것은 그 자신의 몫이다.동생을 바로잡지 못한 근혜·근영씨를 탓하는 이들도 있으나, 그들 역시 상처받은 사람들이다.또 자신이 붙들지 못한 방황하는 영혼을 누나들이 잡아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박지만씨는 이제 피하지 말고 자신의 생을 직시해야 한다. 상처받은 3공의 잔재로 폐인처럼 스러질것인가, 18년동안 독재를 했으나 경제기적으로 나라의 가난을 추방한 아버지의 아들답게 살것인가, 그 모든 것을 잊고 보통시민으로 성실하게 살아갈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박정희대통령과 륙영수여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 자녀들을 보며 착잡해하고 있다. 청와대 뜰을 뛰놀던 그들 삼남매는 아버지 시대의 또다른 피해자로 남겨졌다. 그들은 깊은 상처를 입었으나, 이제 어떤 상처도 극복할 수 있는 성인이 된지 오래다.
박지만씨는 외롭다고 호소했지만, 그가 외로운것은 홀로 남겨졌기 때문만이 아니다. 고통이 무엇인지를 아는 그는 연민으로 자신의 미래를 뜨겁게 껴안을 줄도 알것이다. 그가 자신의 정신을 바로 붙들기를, 어두운 시절의 어두운 상처 하나가 하루빨리 치유되기를, 많은 사람들이 빌고 있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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