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웅」서 「아랍인 포용자」로 변신/자치협상·국내여론 무마 등 과제도 산적 이츠하크 라빈이스라엘 총리(71)는 「이스라엘의 전쟁영웅」에서 「중동평화의 사도」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할 것인가. 지난해 6월 집권한 이래 1년반 동안 라빈이 추진해온 중동평화 정착노력은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게 사실이다.
라빈은 67년 3차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으로 6일만에 주변아랍국들의 영토를 빼앗는 대전과를 거둬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때 빼앗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역 골란고원등은 지금까지 중동의 평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왔다.
지난해 2월 노동당 당수로 재선출된 라빈은 중동평화회담의 대변화를 예고했다. 6월 총선에서 라빈이 이끄는 노동당은 「평화를 위한 점령지의 반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요르단강 서안지역과 가자지구의 자치허용, 골란고원의 반환등이 당시의 공약이었다. 라빈은 일체의 양보를 거부하며 강경노선을 고수하던 이츠하크 샤미르 당시 총리의 리쿠드당을 누르고 예상밖의 압승을 거둠으로써 공약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총선 이전만 해도 노동당이 이처럼 압승을 거두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전쟁영웅으로 추앙받았으며 84년 국방장관 재임때까지만 해도 강경한 대아랍노선을 견지해온 라빈을 앞에 내세운게 국민들의 안보불안심리를 해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라빈은 노동당안에서는 「매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때문에 온건파인 라이벌 시몬 페레스외무장관과 여러차례 갈등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안보에 관한한 보수성향인 라빈이었기에 점령지 자치허용등 획기적인 양보가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노르웨이의 중재를 통한 비밀협상 끝에 라빈은 9월13일 워싱턴에서 「이스라엘의 적」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장과 화해의 악수를 나누며 역사적인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그러나 라빈이 중동평화의 영웅으로 역사에 기록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12월13일의 시한을 넘기고도 아직 시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예리코와 가자지구의 자치를 실현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동예루살렘의 지위문제와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문제, 시리아 및 요르단과의 평화협정 체결등도 이에 못지않은 숙제이다.
이스라엘 국내의 반대여론을 잠재우는 것도 평화를 위해서는 큰 과제이다. 평화협정 조인 당시 62%에 이르렀던 국민들의 지지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추세이다. 특히 점령지내 정착촌의 주민들은 라빈을 「땅을 팔아 먹은 매국노」로 몰아붙이며 국민투표 및 총선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계속되는 유혈충돌도 그에겐 큰 부담이다. 이같은 난제를 극복하고 중동에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뛰는 라빈에게는 새해도 분주한 한해가 될 것이다. 단순한 평화정착을 넘어 중동의 경제공동체까지 구상하고 있는 라빈의 꿈이 어떻게 펼쳐질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런던=원인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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