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풍속도가 그런대로 차분하다. 성탄전야에 도심 곳곳에 젊은 인파가 몰린것은 해마다의 현상. 개혁과 사정이다, 오랜 경기침체다 해서 씀씀이도 지나침이 줄었다. 이유야 어떻든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세밑이라고 일상이 크게 달라지는게 오히려 이상하다. 차분한게 정상이고 당연할 따름이다. ◆하지만 세모의 뜻은 나름대로 있다. 묵은 한 해를 돌아보고 보람과 회한을 정리함이다. 실은 더 중요한게 남는다. 나를 넘어 남을 보는 일이다. 가까이나 멀리나, 남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를 보게된다. 남을 보는 눈길과 마음은 뜨거울수록 좋다. 그래서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예년에 비해 뜨겁지 않다는 소식은 울적하다. ◆외톨이가 되면 외롭다. 외로움은 남과 어울리지 못함이다. 어딘가에 외로운 사람들이 있다. 흔히 불우이웃이라 말한다. 그들에겐 괴로움보다 외로움이 더 견디기 어렵다. 세상이 온통 삭막하게 느껴진다. 정이 그립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노인은 더욱 외롭다. 늙기도 서러운데 외롭기는 얼마나 서글플것인가. 석가모니가 출가한 까닭은 생로병사라는 고뇌때문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주변을 살펴볼 때이다. ◆노인인구가 자꾸 늘어간다. 그만큼 노인들의 설 자리는 막막하고 좁아진다. 지금 전국의 무의탁 노인은 10만을 헤아리게 되었다. 끼니를 이어가는 연명이 문제가 아니다. 기동이 불편해도 누구의 눈길이 닿지 않는다. 외롭고 서러운들 호소할데 조차없다. ◆정부는 재정형편때문에, 일반은 무관심 탓으로 그들은 버림받은 것이나 다름 없게 살아가고 있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백발의 노인이 무거운 짐을 지고 길을 가는 모습이 눈에 뛰지 않게끔 되어야 한다」림어당의 말이다. 오늘의 노인에게 무거운 짐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외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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