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불참 「아주경제 미 편입」 반기/아세안 지도자 부상… 자국 고속성장 주도 말레이시아의 모하메드 마하티르총리는 개도국지도자로서는 드물게 올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핵심지도자로 자리를 굳힌 마하티르총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15개회원국 지도자 가운데 유일하게 클린턴미대통령이 제안한 지난11월의 시애틀정상회담에 참석을 거부했다.
냉전질서의 붕괴후 세계가 사실상 미국이란 최강대국의 단일 지배권하에 편입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유일하게 미국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든것이다.
그만큼 그는 확고한 통치철학과 자존심을 갖고있다. 마하티르는 이미 4년전 동아시아 국가끼리 경제협력을 강화하자는 동아시아경제협의체(EAEC)구상을 제창, 아세안뿐아니라 한국 일본등 관계국가로부터 지지를 모으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미국이 갑자기 「신태평양공동체」안을 주창하면서 APEC비공식정상회담을 제의하고 나선것이다. 미국은 포럼성격이었던 APEC을 경제공동체로 확대발전시키기를 희망하고 있다. EAEC구상에 찬물을 끼얹은것이다. 마하티르의 EAEC구상은 미국 캐나다 호주등 서방선진국이 제외돼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이해와는 정면으로 배치될 수밖에 없는것이다.
EAEC추진을 공식승인한 아세안은 EAEC를 APEC의 우산안에 둔다는 절충안을 끌어내 마하티르에 시애틀회담참가의 명분을 주려고 노력했으나 그는 끝내 참가를 거부했다.
떠들썩했던 시애틀회담을 멀리서 바라만보고 있던 마하티르에게 키팅호주총리가 도발했다. 시애틀회담직후 키팅총리는 마하티르를 『고집쟁이(RECALCITRANT)』로 지칭, 물의를 일으켰다. 키팅의 실언이 분명했다.
이에 마하티르는 『나의 회담불참문제는 초청한 미국과의 문제이지 호주가 상관할 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말레이시아는 호주관계프로그램의 TV방송금지, 교역중단뿐아니라 외교관계의 격하등을 고려하는등 양국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결국 마하티르총리가 키팅의 유감표명을 받아들임으로써 감정싸움은 가라앉았지만 그는 키팅의 실언을 정치적으로 최대한 활용했다. 이사건은 마하티르가 고립감에서 벗어나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게된 빌미가 된것이다.
이같은 그의 과감한 말과 행동은 확고한 자신감과 지도력에서 나온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그의 지도력에 힘입어 연평균8%이상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이미 아시아의 작은 농으로 부상했다. 마하티르는 동남아에서는 유일하게 자동차공업에 눈을 돌려 말레이시아는 연간20만대의 자국산브랜드를 생산하는 자동차공업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는 「2020」번인 자국산 전용차를 갖고있다.
여기에는 말레이시아를 오는 2020년까지 선진공업국대열에 올려놓겠다는 그의 비전이 담겨있다. 마하티르는 최근 독일회사와는 경비행기생산을 위한 합작공장설립에 합의했다. 항공기산업에도 뛰어든것이다.
최근 그는 경비행기에 올라 조정키를 잡고 직접 몰아보는 용기를 발휘하기도했다. 그는 분명 동남아를 뛰어넘어 세계의 주목받는 지도자로 떠오르고 있다.【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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