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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기개 「장보고호」에 싣고/오대양 파고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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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기개 「장보고호」에 싣고/오대양 파고 넘는다

입력
1993.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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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무기항 세계일주 나선 김원일씨/「돛단배소년의 꿈」마침내 이뤄/“젊은이들에 개척정신 심고파” 한국인의 투혼이 오대양의 거친물결을 가른다.

 한국일보 창간40주년을 기념해 오는 30일 단독 무기항 요트세계일주에 나서는 「장보고호」의 선장 김원일씨(49)는 목포에서 마지막 항해점검을 서두르며 도전과 개척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장장 5만3천여㎞, 93백여일동안의 항해에 필요한 식량과 식수·연료선적작업은 모두 끝났다. 애선 장보고호를 닦고 조이며 김선장은 낮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각오를 다진다. 『이제 성공여부는 오직 하늘의 뜻에 달렸습니다』

 김선장은 1월부터 요트세계일주를 준비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미친 놈』이라 말하곤 했다. 미치지 않고서는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을 만큼 그의 여행은 목숨을 건것이기 때문이다.

 길이 12.4m,무게 12.5톤의 장보고호는 대양에서는 그야말로 일엽편주에 불과하다. 운이 좋다면 최대시속 12∼13노트(약 22㎞) 평균속도 5노트로 항진, 출항 3백여일만에 도착예정지인 울산으로 돌아올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바다가 항해에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해 주는 경우를 가정한 계산이다.

 『바람이 많이 불거나 반대로 적게 불어도 걱정입니다. 적당히 계속 불어 준다면 최고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합니다』

 폭풍과 무풍, 파도와 유빙(유빙)은 장보고호의 앞길을 가로막고 방해할 것이 틀림없다.

 목숨마저 잃을지 모르는 험난한 대양으로 김선장은 왜 나가는 것일까.

 김선장의 대답은 단호하다. 『단독 무기항 요트세계일주를 통해 우리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 모험과 개척정신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김선장은 『어린시절 목포앞바다를 오가던 돛단배를 타며 키웠던 요트세계일주항해의 꿈을 마침내 이루게 돼 여간 가슴 벅차지 않습니다』고 덧붙인다.

 194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그는 광복후 부친을 따라 귀국해 목포에 정착, 17세때부터 2년간 당시 섬과 내륙을 잇는 유일한 운송수단이던 범선에 승선해 곡물운반일을 하면서 바다와 인연을 맺었다. 78년 일본으로 이주, 의류수입업을 하던 김선장은 요트와 만나게 됐고 그때부터 돛단배로 세계를 항해하겠다던 어린시절의 꿈을 키우기 위해 요트관련서적을 탐독하는등 차근차근 오늘을  준비해 왔다.

 그의 1차목표는 지난 88년 7월15일  결실을  맺었다. 길이 5.7m, 무게 7백50㎏짜리 무동력요트 밍코리아호를 몰고 부산을 떠나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1만3천여를  57일만에 횡단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바다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폭풍도, 집채같은 파도도 아닙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독감입니다. 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며 태평양을 횡단할 때는 환각증상까지 일어날 정도였습니다. 바다에서 고독할때는 노래를 부릅니다. 또 사흘에 한번쯤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어버립니다. 그러고나면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돼 시원해지죠. 이번에도 그렇게 견뎌 나갈 겁니다』

 김선장이 단독 무기항 요트세계일주를 결심하게된 것은 일본의 여류 요트인 교코씨가 지난해 7월 2백73일만에 세계일주에 성공했을 때였다.김선장이 3백여일동안 한 번도 기항하지 않는 단독 세계일주에 성공하면 이 분야에서는 세계 4번째의 위업을 기록하게 된다.

 김선장은 사업을 대충 정리하고 지난 8월14일 일본에서 구입한 장보고호를 몰고 와 제주에서 3∼4명이 조작하게 제작된 12인승요트를 한 사람이 조종할 수 있도록 개조했다. 이어 지난달 13일 목포로 옮겨 출항준비와 함께 야간산악훈련, 암벽타기, 극기훈련등으로 체력과 정신력을 가다듬었다.

 국내의 가까운 지인들은 후원회(회장 노신영(주)다원대표이사)를 결성, 그의 작업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파도에 휩쓸려 몸이 바다에 떨어져도 요트는 그대로 전진할뿐 되돌아 오지 않습니다. 구명조끼를 입고 망망대해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그래서 장보고호에 구명장비를 싣지 않았습니다. 세계일주를 위해 도와준 고마운 여러분들을 위해서라도 기필코 세계를 돌아 귀환하겠습니다』

 김선장은 온통 군살이 박힌 손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항해의 성공을 다짐했다.【목포=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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