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재개 가능성도 높여/유엔의 한반도 평화기여 “입증” 부트로스 갈리유엔사무총장이 2박3일간의 평양방문을 마치고 26일 하오 북경에 도착했다. 부트로스 갈리사무총장은 북경에서 『북한핵문제에 관해서는 별로 할 얘기가 없다』고 말해 그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기대에 못미쳤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그의 방북은 북한에 국제사회의 동향을 가장 객관적으로 전달했으며 이에 대한 북한 권력핵심부의 인식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는 계기가 될수 있었다는 점에 의미부여를 할수 있다.
부트로스 갈리사무총장은 지난 25일 평양의 주석궁에서 김일성주석을 만났다. 김주석은 이날 갈리총장과의 단독면담에서 북한핵문제에 관해 비교적 명백한 북한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주석은 이 자리에서 ▲현재 진행중인 미국과의 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따라서 유엔은 이 문제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것으로 전해졌다.
부트로스 갈리사무총장은 김주석에게 자신의 방북이 안보리의 위임을 받았거나 유엔회원국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것이 아니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유엔이 기여할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스스로 결정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부트로스 갈리사무총장은 특히 북한핵문제에대한 자신의 「건의」는 미국이나 한국의 의사와는 무관한것임을 강조하면서 현재의 주변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김주석에게 자신이 김영삼대통령을 만났던 사실과 김대통령의 「인식」도 함께 전달했다.
현재의 상황은 북한핵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북한, 우리나라와 북한등 다각적인 「해법찾기 협상」이 마지막 고비에 이르러 있다. 특히 지난 20일과 22일의 미·북간 연쇄접촉에서 양측은 북―IAEA간의 핵사찰협상 진전과 남북대화의 재개라는 두가지 협상중에서 어느정도의 의견접근이 이뤄진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그동안 북한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남북대화의 재개까지도 내달중에 이뤄질수 있을것으로 한미양측은 전망하고 있다.
이번 부트로스 갈리총장의 방북에서 김일성주석이 『북·미간의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전되고 있으니 유엔은 이 문제에 개입하지 말아 달라』고 밝힌점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사표시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함께 북한은 김영남외교부장을 통해 『만일 유엔이 개입해서 안보리의 제재등을 통한 압력을 행사한다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식의 기존입장도 밝혔다. 이는 북한이 유엔이 아닌 미국과의 협상을 상당히 성의있게 진전시키고 있으며 여기에는 남북대화의 재개등 일부전제조건도 부분수용할수 있다는 의사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부트로스 갈리사무총장은 김주석과의 면담에서 자신이 당초 기대해왔던 「막후중재자」로서의 역할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지만 북한핵문제를 유엔안보리에 상정할것인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판단을 위한 근거를 현장에서 파악한 사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같다. 특히 미·북간의 막후접촉에서 북한이 핵시설에 대한 포괄적인 사찰을 받는다든지, 남북대화의 재개도 거부하지 않음으로써 미·북3단계고위급회담의 전제조건을 일그러뜨리지 않으려한다는 확신을 확인한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트로스 갈리사무총장은 북경에서 뉴욕으로 돌아가기 전에 강택민국가주석이나 이붕총리 전기침외교부장등 중국의 지도자들과 면담을 갖고 북한핵문제등에 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갈리총장은 이들과의 면담에서 북한의 「의사」를 중국에 전할것으로 보여 이는 종전의 「평양―북경」라인과는 또다른 의미를 갖는다. 중국은 마무리단계에 있는 북한핵문제가 유엔사무총장이 평양을 방문한것 이상의 「유엔개입」을 원치 않고 있으며 이는 현재의 협상들이 북한 김주석의 언급처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있다』는 데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담보하게 될것으로 보인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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