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천하지대본이니 교육국가백년지대계는 대학입학원서 접수창구에서부터 이미 빈말임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24일의 94학년도 서울대 입시원서접수 마지막날 창구는 시장바닥이나 다를게 없었다. 마감 30분전까지 미달이었던 18개학과가 눈깜짝할 사이에 정원을 넘어설 만큼 막판 눈치작전이 극심했다. 그 눈치작전의 대상이 바로 농업생명과학대학과 사범대학이었다.
농경제학과를 뺀 나머지 14개 농업관련학과와 사범대학의 대부분 학과는 접수 첫날부터 지원자가 뜸했다. 원서접수를 시작한지 사흘이 지나도록 정원의 반을 못채웠다. 언론을 통해 날마다 지원상황이 공개됐지만 수험생들의 발길은 여전히 법학과 의예과등 세칭 인기학과에만 이어질뿐 농대와 사대 접수창구는 썰렁했다.
사대의 경우 91년 2월 교원임용고시가 시행되면서 졸업과 동시에 교사로 발령되던 국립사대 졸업생의 이점이 사라졌고, 오래전부터 비인기학과로 분류돼온 농대는 올해 쌀시장개방등 UR태풍까지 맞았으니 당연한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마감시간 20분을 앞두고 지원상황판이 접수창구가 마련된 체육관 바깥벽에 내걸리자마자 1천8백여명의 수험생이 순식간에 체육관안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농대와 사대 접수창구에 지원서를 던졌다.
접수 마지막날 마지막 순간은 이들 두 대학의 학과들이 최고 인기학과인것으로 착각케할 정도였다. 손에 원서를 들고 한꺼번에 몰려든 수험생들의 얼굴에서 나라의 미래를 짊어 질 새싹들을 가르치겠다거나 민족의 생존기반을 지켜 내겠다는 가슴뿌듯한 자부심은 찾아볼수가 없었다. 눈치작전으로나마 대학에 들어가야 하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들떠 있는 듯했다.
농대와 사대의 지원율이 낮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4년동안 서울대의 평균경쟁률이 2대1을 넘어섰을 때도 농업관련학과와 사대의 대부분 학과 경쟁률은 1대1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다.
교사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것도 현실이고, 우리사회가 농업을 경시하는것도 현실이다. 그렇지만 대입원서 접수창구에서까지 이를 재삼 확인해야 하는 현실은 아무래도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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