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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력/임금이 하사하던 농민들의 “달력”(한국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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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력/임금이 하사하던 농민들의 “달력”(한국의 미)

입력
1993.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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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사회를 이끌어온 유교사상은 하늘이 우주만물을 다스리는 절대자라고 여겼다. 하늘을 대신해서 백성을 기르는 책임을 진 것은 임금이었다. 그래서 임금은 농사에 필요한 해와 달의 운행을 관측하여 24절기를 기록한 책력을 만들었다.  매년 연말이면 다음해의 책력을 많이 제작해서 관리들에게 넉넉히 하사했다. 지방관은 이 책력을 다시 그 지방 양반 유생들에게 나눠 줬다. 농사를 짓는 양반들은 이 책력을 받아 한해 살림살이를 계획하는 것이 상례였다.

 우리 역서는 여러차례 바뀌었는데 조선 초에는 명에서 쓰던 대통력을 받아서 썼고, 효종이후에는 시헌력을 실시했다. 갈수록 1년의 길이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생활에 이용해 나갔다. 이 책력은 1713년 (숙종 39)에 관상감활자로 시헌력을 찍은 것을 밝히고 있다. 

 종이를 아꼈던 조선 유생은 책력위에 작은 글씨로 일기를 썼다. 날짜가 기록된 칸 위에 그 날의 일기를 기록한 것이다. 수입과 지출을 비롯한 일상사의 세세한 기록과 나라의 정세 변화는 물론 일식과 월식도 낱낱이 썼다. 어느 집안에서는 대대로 수백년 동안 쓴 일기도 있다.

 책력에 담긴 선조의 생활은 삶속에 그려진 전통문화의 아름다운 흔적이었다. 1713년 제작, 19x36㎝. 삼성출판박물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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