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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 사설 안읽히는 사설/임영호 부산대 신방과교수(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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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 사설 안읽히는 사설/임영호 부산대 신방과교수(나의 지면평)

입력
1993.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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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뭉실한 내용탈피 주장 좀더 분명히/필진 전문·다양화 이름 명기도 바람직 신문기사별 열독률(즉 얼마나 읽히는가)을 조사해보면 매번 거의 바닥에 있는 것이 「사설」이다. 사설은 아주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필진(논설위원)들도 신문사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함을 감안할 때,이 조사결과는 다소 당황스럽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오늘날 신문사설은 수학능력시험이나 취직시험 준비용 교재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설은 신문기사중에 해설과 더불어 가장 신문매체다운 장점을 발휘하는 부분이다. 한국의 신문은 구한말 이래 항상 시대를 앞서가며 민중들을 일깨우는 계몽주의적 성격을 강조해왔는데,사설 및 논설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이처럼 중요한 사설이 왜 오늘날 사람들이  외면하는 역사적 유물로 변해버렸으며,이를 다시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시대상황이 복잡해지고 신문이 다루는 주제도 전문화되었는데,사설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또 동일한 이슈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가 있고,한 신문사내에서도 사람에 따라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이를 매일매일 수렴해서 회사차원의 견해로 정리, 표현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사설에서 내세우는 주장은 이도저도 아니고 두리뭉실하게 넘어가 버리는 식이 되는 경우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가령 나라 전체가 UR의 농산물 개방문제로 들끓던 15일께 한국일보는 「UR타결 거국적 대응」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이 사설은 「UR에 대한 대책은 종합적이고 총괄적」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글을 맺고 있다. 물론 농산물 개방이나 UR문제는 아주 복잡할 뿐 아니라 각집단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도 있는 미묘한 문제이기에 성급한 의견표명이 어렵다는 점은 안다. 하지만 적어도 여론을 이끌어 가야할 주요일간지로서 이보다는 더 구체적이고 소신있는 주장을 폈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기존의 사설들은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문장으로 정평이 나있다. 사설은 수험준비를 위해 「쓰지만 몸에 좋은 보약」정도로 생각하고 자라난 젊은 세대들이 차후에 어떻게 사설을 읽겠는가. 

 외면되어가고 있는 사설을 보면서 한국일보에 몇가지 개혁을 주문하고 싶다. 

 첫째,일선 경력위주로 선정된 사설의 필진을 분야에 따라 다양화,전문화해야 한다.과거의 사설에는 꼿꼿한 기개를 가진 지사들이 필요했지만 ,오늘날의 상황에서는 전문지식과 안목을 갖춘 전문인이 요구되고 있다. 독자층이 다양한 만큼 필진의 연령을 다소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도 시도해 볼만하다. 주제선정이나 시각,문체에도 세대차가 두드러지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둘째,일반기사도 점점 실명화되어가고 있는 추세에 맞추어 사설에도 필자명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견해라는 뜻을 가진 사설도 따지고 보면 회사에 속해있기는 하지만 한 개인의 견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필자명을 밝혀야만 보다 충실하고 소신있는 주장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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