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7개년계획 실패/정권 유지의 핵심변수로/특사교환 결국무산… 남북경색국면/핵줄다리기로 대미관계 개선 모색 김일성주석은 신년사에서 북한주민들에게 『흰 쌀밥과 고깃국, 비단옷과 기와집』을 약속하면서 93년 한해를 열었다. 그러나 같은해 12월8일 당중앙위 전원회의 제6기21차 회의에서 북한당국은 제3차7개년계획의 성과를 마무리하면서 처음으로 경제의 실패를 자인하고 식·의·주에 대한 연초의 약속을 『가까운 시일내에 실현되는것』으로 미루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올해는 북한이 「시련과 난관」을 극복키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시도를 했으나 획기적인 국면전환을 보지 못해 경제적으로는 「좌절의 1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난 3월12일 NPT(핵확산 금지조약)탈퇴선언을 시발로 미국과 IAEA 그리고 국제사회를 상대로한 핵 외교게임에서 어느정도의 성과를 거둔 한해였다고도 볼수 있을것 같다.
권력승계와 관련, 북한은 김정일의 위상을 높이는 작업을 부단없이 계속했으나 그의 지위를 유일체제하의 수령으로까지 굳히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경제난·식량난은 점점 정권유지의 핵심변수가 되고 있을 정도로 악화일로다. 이같은 난국속에서 북한당국은 내부체제단속을 위해 계층별·직능별·단체별 선동집회를 계속했고 단군릉발굴등 학술작업을 통해 정통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대남관계에서 북한은 우리측에 대해 문민정부가 출범한 초기 짧은 관찰기간을 갖고 태도를 유보했다. 특히 4월7일부터 9일까지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9기5차회의에서는 강성산정무원총리가 보고를 통해 김영삼대통령의 취임사중『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는 없다』는 부분을 언급하면서 『민족의 자주를 지향하려는 염원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환영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었다. 5월25일 북한은 같은 맥락에서 『귀측의 새정부가 과거 정권과는 달리 민족적 이익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우리측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특사교환을 제의했다.
이같은 유예기간이 오래 계속되지는 않았다. 북한은 6월22일 우리측이 사실상 특사교환을 수용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특사교환논의의 무산을 선언했고 남북한관계는 문민정부출범후 상호 탐색기간을 마친뒤 결국 경색국면에 빠졌다.
김일성주석은 올해 한해동안 도리어 예년보다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지난해 4회에 그쳤던 그의 현지지도는 황남 과수농장에서 함북 전력철도공장까지 전국 곳곳에 대해 15회나 실시됐고 그중 8회가 농업부문에 집중됐다. 그러나 미국의 개리 애커만의원과의 면담(10월12일), 최고인민회의 제9기6차회의(12월9∼11일)에서 나타난 김주석의 실무파악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는 분석이어서 내년까지 노익장을 과시할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김정일당비서는 군최고사령관인 자신의 명의로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국방위원장에 취임, 올해 상반기중 권력의 정상을 향해 성큼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연말의 당중앙위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주석직, 또는 당총비서직의 이양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도리어 김달현전부총리, 김용순당비서등 김정일측근들중 일부가 해임되거나 격하됐다. 지난해 12월인사에서 각광을 받았던 대남통, 개방지향적인 테크너크랫들이 퇴조하고 김영주의 정치국위원, 부주석기용으로 상징되는 구세대·이념파들의 「복고」가 현저했다.
연속 4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된 경제는 북한측의 발표를 따르더라도 3차 7개년 계획(87∼93년)각부문 목표치가 70%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농업, 기초자재생산 부진이 가져오는 파장은 내년 상반기중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한편 북한은 올해중 4월 외국인세금법, 외화관리법 자유경제무역지대법을 제정한데 이어 12월에는 토지임대법, 외국투자은행법, 외국인출입규정을 승인, 개방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대외관계에서 북한은 미국과 뉴욕에서의 1단계 고위급회담(6월2∼11일), 제네바에서의 2단계 고위급회담(7월14∼19일)을 갖는데 성공, 대미수교의 기초는 마련했다. 그러나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사찰협상, 남북대화의 고비를 넘지 못해 실질적인 결실은 얻지 못하고 있다. 올해 북한 행사의 피크가 된 전승40주년기념일(7월27일)을 고비로 중국이 북한에 34개 대표단을, 북한은 18개대표단을 보내 소원해질뻔한 양국관계가 회복세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돼 주목된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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