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88신화 꼭 만들겠다”/일보다 늦었지만 최선 다할것/요즘 축구공부… 세계평화·통일기여 좋은종목 생각/남북한 공동개최 적극적 추진/새해 1월 법인체 출범… 재원확보 등 활동 본격화□대담=박정삼 체육부장
6공1기때 통일원장관을 지냈던 이홍구 평통수석부의장(59)이 2002년 월드컵축구유치위원장으로 내정됐다고 대한축구협회가 지난14일 발표했다. 이홍구씨는 그동안 유치위원장 후보로 일절 거명되지 않았던 만큼 그의 내정은 전혀 뜻밖이었다. 그러나 2002년 대회유치의 상징성과 특수성을 그의 경력에 대입해보면 당연한 선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세계의 1백90개국을 회원국으로 갖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은 2002년 대회를 월드컵사상 최초로 아시아에서 개최키로 결정한바 있다. 이에따라 일본은 89년말 대회 유치의사를 표명했고 91년 6월에는 범국민적인 유치위원회를 결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의 활동상황으로만 판단한다면 일본의 유치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비해 한국은 현재 유치위원장만 내정돼 있을뿐 위원회 구성도 내년초에나 가능할 정도로 모든면에서 일본에 뒤져 있다. 그러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으로서는 비록 불확실하나마 남북한 공동개최라는 에이스카드를 내밀수 있는 여지가 있다. 축구를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것은 FIFA의 이념이기도 하다.
지난 91년 남북한은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하여 파견한바 있으며 이는 FIFA 90년사의 세계평화항목에 깊이 각인된 FIFA의 자부심이었다.
○외교력 뒷받침 중요
이홍구씨가 뒤늦은 행보속에 승산이 별로 없어 보이는 대회 유치의 첨병이 되겠다는것도 FIFA의 세계평화이념을 인식한 남북관계전문가로서 축구를 통한 남북관계개선을 의식한 프로정신의 결심이었다.
유엔회원국(1백84국)을 양적으로 능가하는 FIFA를 상대해야 하는 월드컵유치는 우선적으로 국제경쟁력과 외교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91년부터 93년까지 주영대사를 역임한 외교관출신의 이홍구씨가 선택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2년대회 개최지를 결정할 96년 6월까지 1개국이 아닌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국의 전권대사로서 활동할 이홍구씨를 월요일에 초대했다.
―위원장으로 내정된 직후 곧바로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내년 대회 조추첨식(20일)에 참석하셨는데 성과는 있었습니까.
▲바쁜일정이었지만 축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동안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축구를 비롯하여 체육계에 공헌한바는 전혀 없었습니다.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나를 유치위원장으로 내정했겠지만 아직도 내 자신이 적임자인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추첨식에 참가해서 본인이 유치위원장을 수락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축구는 전세계에서 즐기는 서민의 스포츠입니다. 따라서 국제축구연맹은 세계의 평화와 더불어 남북한의 통일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믿게 됐습니다.
―현지에서 가진 외신기자회견내용을 설명해주십시오.
▲기본적으로 한국이 2002년대회를 유치해야하는 3가지의 명분을 강조했습니다. 첫째 한국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한다. 뿐만아니라 축구를 매우 잘한다. 소위 유럽과 남미의 축구선진국을 제외한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3회연속 출전을 포함하여 4번씩이나 월드컵본선에 오른 나라가 어디 있느냐. 둘째는 2002년 대회는 21세기 최초의 대회로서 아시아에서 개최된다. 개발도상국이 대부분인 아시아에서 열리는 만큼 개발도상국에서 대회가 치러져야 하며 한국은 개발도상국의 모델이다. 따라서 한국이 개최해야 하며 개최능력은 이미 88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전세계에 입증한바 있다. 셋째 FIFA의 기본이념처럼 축구는 세계평화에 기여해야 한다. 남북한 공동개최등 월드컵축구는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돼야한다는 점을 주로 설명했습니다.
―당시 현지 기자회견장에는 내외신 기자 20여명밖에 모이지 않아 썰렁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분위기가 썰렁했다는 것은 그럴수밖에 없었으며 또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번 라스베이가스모임은 내년 월드컵 예선조추첨이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나의 기자회견을 비롯한 나머지는 모두 부수적인 것이었습니다. 기자회견은 상오10시에 열렸으며 상오11시까지는 조추첨행사장에 입장해야 했었고 대부분의 기자들은 조추첨행사 취재를 위해 무척이나 분주했습니다. 비록 기자회견장에는 30∼40여명밖에 모이지 않았으나 준비해간 유치설명서는 이미 수백부가 나간 상태여서 우리의 활동상황을 대부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 라스베이가스 방문은 확실히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한국은 말로만 2002년대회를 유치하겠다고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 월드컵유치위원장이 나타나 세계축구 관계자들과 인사도 나누니 「이제는 정말로 유치활동을 하는구나」하고 믿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일본측 관계자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는데 상당히 긴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FIFA도 호의적
미국 기자가 이런 질문을 해왔습니다. 일본이 상당히 앞서고 있는 상황이고 뒤늦게 유치활동을 펴고 있는데 승산이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88서울올림픽때에도 뒤에서 출발하여 추월하였다고 대답했지요. 그러나 일본과의 유치활동을 마치 전쟁처럼 생각지 않고 있으며 선의의 경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FIFA측도 한국의 유치경쟁을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일본이 너무 앞서나가다 보니 FIFA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질을 높인다는 의미에서도 경쟁 상대가 있어야 하며 이같은 점에서 FIFA는 한국의 레이스참여를 환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일본은 이미 앞서 있습니다. 후발 주자로서 불리함을 극복키 위해서는 신선한 카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남북한 공동개최는 확실히 멋진 카드로 여겨지는데 어떤 복안이 있습니까.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니까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남북한 공동개최에 대해 말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남북한 공동개최는 남북간의 협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위원장은 이부분을 두번씩이나 강조했다). 비공식적으로 북한 당국과의 의견교환도 있어야 합니다. 때가 오면 이 문제를 놓고 북한과 진지하게 상의할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남북한 공동개최는 분명히 남북한이 모두 좋아할것입니다.
―남북한 공동개최를 위한 체육회담제의등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내년초부터 발벗고 나설 생각입니다. 이는 체육계 뿐만아니라 통일원등 정부관계자들도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조화를 생각해야 하며 불쑥 체육회담등을 제의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남북문제를 관여했던 경험으로 말하자면 너무 앞서거나 튀는 행동은 문제의 해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교섭의 당사자는 남북한 정부나 체육계가 아닌 축구협회입니다. 제가 축구에 관한 지식을 얻기 위해 라스베이가스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읽어던 FIFA의 규정에도 나와 있듯이 축구는 국가단위가 아닌 축구협회가 주체가 됩니다. 남북한 공동개최문제도 남북한 축구협회가 교섭의 당사자이며 그외의 정부나 체육계는 제3자일뿐입니다.
―남북한의 제반문제는 서로 연관이 되어 왔고 스포츠교류도 현재의 핵문제등 남북관계를 고려할때 어렵지 않겠습니까.
○96년 6월 개최지 결정
▲현재의 남북관계는 핵문제등과 얽혀 있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헨리 키신저박사는 『협상은 최악의 고비끝에 타결된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요즘의 핵문제는 바로 최악의 고비인 상태입니다. 그러나 신년에는 타결되리라 생각하며 다시 대화의 길도 생길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까지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는데 앞으로의 계획과 재원확보문제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내년 1월중으로 위원회를 법인체로 출범시킬 계획이며 사무국등 상설기구를 설치하여 대회유치준비에 만전을 기할 생각입니다. 재원확보를 위해서는 일본과 같이 경제5단체및 지방자치단체등과 협의해야 할것으로 생각합니다. 최소한 개최지가 결정될 96년 6월까지는 대회유치에 필요한 각종 경기장의 증·개축 및 재원확보계획이 완료되어야겠지요.【정리=전상돈 기자】
◇약력
▲53년 경기고 졸업
▲59년 미에모리대(학사)
▲68년 미예일대 졸업(박사)
▲68∼88년 서울대 사회과학대교수
▲88∼90년 통일원장관
▲90∼91년 대통령 정치특보
▲91∼93년 주영대사
▲93년∼현재 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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