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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전환과 한국의 선택:1/조순(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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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전환과 한국의 선택:1/조순(특별기고)

입력
1993.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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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틀」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우루과이라운드(UR)가 타결됨으로써 세계경제는 대전환기를 맞았다. 냉전이 끝난 이후 혼란상태에 있던 국제경제질서는 일단 가닥이 잡혔다.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이 세계무역기구(WTO)로 이어지게된것은 단순한 호칭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95년부터 세계경제가 「전후」를 벗어나서 새로운 「경쟁시대」로 진입한다는것을 상징한다. WTO의 골격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으나 그것은 지난 45년동안 국제무역을 주름잡아온 GATT보다는 훨씬 강력하고 복잡한것이 될것이다.

 이번의 UR타결과정을 보면 모든것이 철저하게 미국과 유럽공동체, 특히 미국의 주도로 이루어졌다는것이 두드러졌다. 일본의 영향력은 매우 미미했고 그밖의 나라들의 영향력도 거의 문제시되지 않았다. 끝내 자유무역의 원칙이 표방된것은 큰 다행이었다. 그러나 강대국들은 그 교섭과정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철저하게 자국이익을 챙긴것도 간과할 수 없다. 클린턴 미대통령은 UR타결이후 의회에 그 협정에 서명할것을 공식통보하면서 앞으로의 교섭에 「미국의 이익이 보호된다는것을 꼭 확인할것」을 다짐했다.

 WTO질서는 어떤 질서가 될까. 그 질서는 이제 모든 나라, 아니 모든 나라의 기업들이 모든 업종에 걸쳐 1대1로 경쟁하는 질서가 될것이다. 그 질서는 비단 상품의 무역에 관한 질서일뿐 아니라 서비스의 경쟁, 나아가서는 두뇌 및 지식의 경쟁, 국가나 기업간의 능력의 경쟁에 관한 질서가 될것이다. 경쟁의 영역이 이렇게 확대된다는것은 우리에게는 엄청나게 힘겨운 도전이 될것이다. 후진국은 상품의 경쟁에서는 그런대로 버티어나갈 수 있으나 기술 두뇌 지식등의 소프트웨어의 경쟁에 있어서는 원초적으로 게임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것을 발견하게 될것이다. 뿐만아니라 그 경쟁질서에 관한 해석은 일률적으로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것을 발견하게 될것이다. 마치 먹이를 짐승들에 나눠주는 사자가 「사자의 몫」을 챙기듯이 사자와 같은 선진국들은 그 질서의 내용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할것이다. 상품수출에만 열중하고 있다가는 마치 토끼를 쫓는데 열중하다 산을 보지 못하는 포수처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진것조차 몽땅 잃어버리고 말것이다.

 이번 UR의 협상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준비없이 기습을 당한 병사들처럼 우왕좌왕 어쩔줄 모르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UR협상은 일단 끝났으나 곧 바로 그 시행의 세부에 관한 준비가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는 당장부터라도 UR협정에 맞추어 많은 법령과 제도를 고침으로써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국운이 남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것이다.

 WTO질서하에서의 경제정책은 지금까지의 방법이나 관념을 가지고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우선 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정부가 경제를 「계획」한다는것은 이제부터는 거의 무의미하게 될것이다. 케인즈적인 그때 그때의 정부개입에 의한 경기조정을 한다는것도 거의 불가능하게 될것이다. 국제화라는것은 정부가 경제정책의 주권을 제한받는다는것을 의미함을 실감하게 될것이다. WTO시대에 있어서는 관청에서 경제를 일방적으로 마음대로 통제·조정할 수 없게 될것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자본자유화에 따라 외국자본이 수시로 국제간을 이동하게 되면 통화당국이 통화량을 마음대로 일정수준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물론 통화당국의 역할이 없어지는것은 아니고 오히려 종래보다는 더 중요하게 되는 면도 있지만 그 역할과 의미는 지금까지의 그것과는 달라져야 할것이다. 앞으로 빠른 시일내에 정부의 역할이나 기능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하고 WTO의 새로운 환경에 부합되는 조직을 갖추도록 재편성해야 할것이다. 우리 정부의 골격은 60년대, 70년대의 봉쇄경제체제하에서의 성장목표 달성을 위한 시대의 것이며 그 기능에 대한 일반의 이해도 아직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을 가지고는 WTO시대에 신축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울것이다. 그 시대의 관념은 일반적으로 가격기구의 작용을 불신하고 관청의 통제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을 지녔다. WTO시대에는 이러한 관념이 빚어내는 정책은 사사건건 실패로 돌아갈것이다.<한은총재고문·전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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