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뒷걸음… “마이너스 성장”/80년대말 「반짝경기」후 하강곡선/노동생산성 중공업의 겨우 38%선/고비용구조·기술낙후성이 주요인 경공업의 국제경쟁력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비약적 수출신장을 주도하며 한때 최고의 「효자업종」으로 각광받기도 했지만 80년대말 3저호황의 「반짝경기」를 끝으로 생산성·수출증가율등 경공업 경쟁력지표들은 수직에 가까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공업의 잇딴 부진과 정부의 중공업우선정책속에 일부에선 『중화학산업이 만든 「성장의 파이」를 갉아먹고 있다』며 경공업을 산업고도화를 가로막는 「미운 오리새끼」로까지 간주하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경공업의 국제경쟁력」자료에 따르면 대표적 생산성지표인 경공업 실질부가가치증가율은 70년대 15%대, 80년대 8%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91년이후 마이너스성장으로 곤두박질쳤다. 경공업의 노동생산성은 꾸준한 투자와 기술혁신을 거듭해온 중화학공업의 38%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생산성의 열세는 곧 국제경쟁력의 약화를 의미한다. 70년대 연30%이상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던 경공업수출은 90년이후 연간 1∼2%증가로 내리막길을 걷더니 작년에는 아예 1.6% 감소했다. 한때 전체수출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던 경공업제품은 이제 총수출액의 30%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공업은 선진국과는 기술싸움에서, 후진국과는 가격싸움에서 날로「전투력」을 잃어가고 있다.
경공업의 경쟁력약화는 악성적 고비용구조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기술수준의 낙후성 ▲경영혁신 부재 ▲상표·마케팅경쟁력의 열세가 더해졌다.
80년대 국내제조업의 실질임금상승률은 일본(4.9%)보다 3배가량 높은 연평균 12.3%. 최근 2년동안에도 근로자임금은 매년 14.8%나 올라 일본(3.6%) 대만(12.1%)과 현격한 대조를 보였다. 노동집약성이 강할 수밖에 없는 경공업에서 인건비지출이 남들보다 몇배씩 늘어난다는 것은 생산비용의 상승과 경쟁력의 하락을 부채질하는 격이다. 경쟁국에 비해 2∼3배이상 높은 금리와 땅값상승폭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경공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는다는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한은관계자는 『중화학공업의 부가가치가 높은것은 사실이지만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곧 경공업의 사양화를 뜻하는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경공업제품의 대부분이 일상생활 소비재임을 감안하면 UR이후 외제품의 국내시장잠식을 막기 위해서라도 추락하는 경공업의 경쟁력은 반드시 회복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먼저 뿌리깊은 고비용구조를 깨뜨리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업계 스스로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부가가치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첨단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을 통한 비용절감, 디자인·상표·마케팅 경쟁력강화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서독 일본 미국등 공업선진국치고 경공업의 희생을 토대로 중화학공업을 일으킨 나라는 하나도 없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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