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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입제도(장명수 칼럼: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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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입제도(장명수 칼럼:1623)

입력
1993.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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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학년도 대학입시의 특차모집에 합격하여 가족과 얼싸안고 기뻐하는 합격생들의 얼굴은 우리사회의 막혔던 숨통을 트이게 한다. 온 나라의 수험생들이 일시에 시험을 치르고, 그 단 한번의 시험에 운명을 걸어야 했던 숨막히는 입시제도가 막을 내렸다는것을 우리는 그 학생들의 기쁨에서 실감하고 있다. 특차에 합격한 학생들과 특차모집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확보한 대학들은 싱글벙글하고 있다. 다른 수험생들은 아직 원서접수 창구에서 마음 졸이고 있는데, 이미 합격한 학생들은 날아갈듯 홀가분할것이다. 특차모집에서 불합격한 학생들은 다시 다른 대학에 지원할 수 있으므로, 단판승부에 매달리던 과거의 불합격과는 차원이 다르다.

 23일 특차모집 합격자를 발표한 연세대,포항공대의 경우 커트라인이 예상보다 높아져서 고득점자들이 무더기로 불합격했다. 특차모집 합격자의 수능성적 평균점은 포항공대가 1백80점, 연세대가 1백74.49점이었고, 1백80점이상 고득점자로 불합격한 학생은 연세대 1백64명, 포항공대 24명이었다. 연세대 의예과의 커트라인은 1백87.58점이었다.

 특차모집, 본고사 시행여부, 내신평가의 비중등 각 대학이 다양한 기준과 방법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게 되면 과거 커트라인으로 표시되던 대학의 서열도 완화될것이다. 각 대학의 이번 특차모집에 고득점자가 대거 몰렸다는것은 좋은 신호다. 고득점탈락자들이 서울대의 같은 과에 응시하여 합격하는 경우도 나오리라고 예상된다.

 올해 처음 시행된 수능시험도 두차례 치렀던 시험의 난이도가 달랐다는 논란이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중고교육은 과거의 주입식 교육에서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는 교육으로 전환했고, 지금까지 기능적으로 뛰던 많은 젊은 교사들은 나이든 교사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 학교공부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자녀들이 교과서이외의 책을 읽는것을 달가워하지 않던 학부모들은 자녀들과 함께 서점에 가서 책을 골라주고 있다.

 수능시험은 초중고 학생들에게 책을 읽게 했다는 점만으로도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청소년들의 손에서 책을 뺏어버렸던 과거의 입시제도가 얼마나 많은 기형적인 젊은이들을 양산했던가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수능시험이 빨리 자리잡도록 도와야 한다. 두번 치르는 수능시험의 난이도를 맞추기 힘드니 한번으로 줄이자는 식의 성급한 대응을 하지 말고,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차시험에 합격한 학생은 다른 대학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하는등 아직도 대학위주의 사고방식이 남아있기는 하지만,새 입시제도는 일단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김영삼정부의 교육개혁이 전혀 진전이 없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은데, 획일적이고 경직된 대입제도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일어난 변화를 직시한다면, 교육개혁을 한시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교육개혁으로 얻는것은 그 어떤 개혁의 열매보다도 값지고,근본적인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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