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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얼음절벽 “긴장의 고삐”(걸어서 극점까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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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얼음절벽 “긴장의 고삐”(걸어서 극점까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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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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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도 팀웍도 “이상무”/대원들 서로 “용기내자”… “700㎞ 남았다” 남극점탐험의 대장정이 절반에 접어들었다.

 허영호대장등 4명의 탐험대원은 24일 밤(한국시간 25일 상오) 남위 84도 49분 39초, 서경 84도 54분 29초지점에 도달, 스물일곱번째 숙영에 들어갔다. 이지점은 베이스 캠프에서 6백50여㎞거리. 남극점까지는 이제 7백㎞여가 남았다.

 탐험대는 지금까지 하루 20∼30㎞씩 걸어 평균 5일에 남위 1도씩을 넘어왔다 . 그러나 25일부터는 매일 30㎞속도로 쾌속전진, 4일에 1도씩 단축해갈 계획이라고 베이스캠프에 보고했다.

 출발때의 예정과 한치의 오차도 없는 진군이다. 이대로 나아가면 당초 예정대로 94년 1월 17일께 극점에 태극기를 꽂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탐험대는 긴장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남은 거리는 표고 2천m 고원지대의 비교적 평탄한 설원이지만 본격적인 크레바스지대이기도 하다. 곳곳에 크레바스가 숨어있어 자칫 방심하면 수십길 아래 얼음틈새로 떨어져 목숨을 잃을위험이 도사리고있다.

 극점에 다가갈수록 기온은 더욱 떨어지고 바람은 훨씬 거세다. 탐험대는 한달 가까운 행군기간중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팀웍을 끝까지 유지, 절반 남은 대장정을 안전하게 마무리 할 각오다.

 남극점탐험에는 히말라야의 어떤 고봉을 오르는 것 보다 팀웍이 중요하다. 극점탐험은 탐험대의 장비와 체력보다 인품을 시험한다. 강철같은 체력과 최신 첨단장비를 갖춘 탐험가라도 다른 대원과 조화할수 없고 남을 도울줄 모른다면 극지는 그를 거부한다.

 남극은 히말라야와는 달리 지형변화가 거의 없다. 지극히 단조로운 환경속에서 탐험대원들은 두달 이상 매일 똑같은 일정을 반복해야 한다. 4명의 탐험대가 바로 온 세상이다. 애증의 단위가 그만큼 잘아질 수 밖에 없다.

 아침 6시께 눈을 뜨면 텐트를 걷고 얼음을 녹여 물을 만드는 일에서 부터,10시간의 행군후 다시 잠자리를 만들고 무선안테나를 설치하는 일까지 대원들은 매일 각자 맡은 일을 톱니바퀴처럼 반복해야한다.

 맡은 일을 하다가 끝도 내지 못한채 잠에 곯아 떨어져 버리는 일이 생길 정도로 모두 탈진한 상태다.

 이런 일이 생길때는 동료대원의 이해심이 절대적이다. 불화가 생기면 갈등이 일어나고 4명의 세상은 삐걱거리기 시작할것이다. 그때부터 극점까지는 가혹한 자연에의 외경심보다는 인간에 대한 미움때문에 마음의 고통이 극에 이르게 마련이다.

 고산등반과는 달리 극점탐험은 1천4백 전 여정이 정상공격이라 할수 있다. 지치거나 부상했다고 중간에 혼자 돌아올수도 없다. 대원4명이 철저하게 힘을 합쳐 서로 이끌고 도우며 끝까지 갈수밖에 없다.

 한국남극점탐험대원들은 인간의 갈등과 불화로 자연앞에서 무릎을 꿇고만 등반, 탐험대의 사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실제로 허영호대장은 지난 86년 동계 에베레스트등정에 나섰다가 대원간의 갈등으로 눈물을 삼키고만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지난 1912년 영국의 스코트탐험대는 남극점 도달후 베이스캠프로 돌아오다 대원 모두가 숨졌다. 그중 체력이 먼저 떨어지고 부상이 심했던 대원이 먼저 죽었다. 

 그러나 그는 나머지 대원들의 행군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스스로 텐트를 떠나 혹한 속으로 사라진후 돌아오지 않았다. 팀웍을 위해 자살을 택한 것이다.  극점탐험에서 팀웍은 그만큼 중요하다.

 한국남극점탐험대는 허대장을 중심으로 김승환  유재춘  홍성택대원등 모두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팀웍으로 뭉쳐있다. 이들은 한국을 떠나 남극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극점으로 떠나면서 줄곧 『팀웍』을 외쳤다.

 24일 밤 베이스캠프 정길순대원과의 무선교신에서 대원들은 『팀웍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걱정말라』고 외쳤다.

패트리어트 힐(남극)=손태규·윤평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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