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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의 참뜻/유광수 신부·성바오로수도회 원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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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의 참뜻/유광수 신부·성바오로수도회 원장(특별기고)

입력
1993.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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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텔레비전에서 일본의 성탄맞이 모습을 잠깐 보았다. 백화점에 있는 산타할아버지가 어린이들에게 푸짐한 선물을 주는 장면들이었다. 거룩하고 엄숙한 예수님의 탄생의 의미는 숨겨진 채 사치와 쾌락을 부추기고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이벤트의 기회로만 부각되는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위대한것을 위대하다고 깨닫지 못하는것은 야만이다」고 시인 괴테는 말했다. 세기와 국경과 이념을 초월하여 전세계인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하고 성가를 부르면서 축제의 분위기 속에 맞이하는 예수님의 탄생이 과연 나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고 성탄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진지한 생각없이 성탄을 맞이한다는것은 우리를 구원하러 오신 하느님께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성탄은 예수님께서 2천년 전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사건을 기념한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이 태어나신 정확한 날짜는 알 수가 없다. 예수님의 탄생을 12월25일로 한것은 사실적인 의미보다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원래 로마에서는 12월25일을 태양신의 탄일로 지냈었는데 로마인들의 태양신 미트라 숭배를 타파하기 위하여 로마교회가 이 날을 참 빛이시며 정의의 태양이신 그리스도의 탄생 축일로 지내게 된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고 축하하는것은 단지 2천년전에 있었던 과거의 사건을 기념하고 있다는것을 일깨워 주는 데 있다. 따라서 구유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함은 하느님의 오묘한 신비 앞에 경의를 표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는데 있다. 예수님의 탄생이 우리에게 주시는 축복은 한마디로 「기쁨」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예수님의 탄생을 알릴 때에도 첫 마디는 『기뻐하소서』하는 축복이었으며 이 소식을 받아들인 마리아가 친척 엘리사벳을 방문하고 서로 나눈 축복도 기쁨이었다. 그리고 예수님이 탄생하신 후 천사가 목동들에게 알린 소식도 『나는 너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다. 모든 백성들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이다』(루가 2, 10)고 하였고 동방박사들이 아기를 보고 엎드려 경배하였을 때에도 그들 마음에는 기쁨으로 충만하였다.

 왜 성탄은 이다지도 기쁜것일까? 그것은 예수님의 탄생이 우리에게 희망을, 그것도 일시적인 희망이 아니라 영원한 희망을 안겨주고 삶의 의미와 가치관을 새롭게 조명해주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한발짝 뒤로 물러나서 우리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의외로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그것은 나에 대한 이기심을 떠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로 사랑을 실천할 때 잔잔한 기쁨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용솟음치고 있음을 체험하게 될것이다. 2천년동안 끊임없이 세계인들이 기리는 이 성탄축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선다면 의외로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을것이다. 하느님이라고 하시는 분이 그것도 인류를 구원하러 오셨다는 분이 구유에서 가난한 모습으로 태어나셨다는 사실에 대해 한번쯤 「왜」라는 궁금증을 갖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삶의 또 다른 가치를 찾아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다른 세계에 눈을 뜰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영원하신 분이 우리 시간의 한계 안에 들어오시고 눈으로 볼 수 없는 분이 볼 수 있게 되셨다는 하느님의 신비 앞에 겸허하게 우러러 보며 경의를 표함으로써 사색하는 인간의 아름다운 행복을 맛 볼 수 있는 성탄이기를 바란다. 우루과이라운드협정등 국내외적으로 긴박하게 다가오는 현실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시원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채 기쁨과 희망을 잃은 우리 국민에게 그리고 날로 사치와 쾌락으로 혼탁해져 가는 이 사회에 예수님의 탄생이 새로운 삶의 가치관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아기 예수님께서 이 나라를 축복해 주시기를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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