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강화로 지자제선거 등 대비/이총무 기용 당화합위한 고육책 23일 단행된 민자당개편은 민주계를 전면에 부상시킨 새 여권진용의 틀에 그대로 맞춘것이다. 때문에 당직개편의 구도는 내각과 청와대참모진의 경우와 아주 흡사하다. 그러면서도 김영삼대통령은 계파안배의 측면에서는「총장―민주계, 정책위의장·총무―민정계」라는 기존골격을 유지, 당내화합을 위해 노력한 흔적을 보여주었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진통이 심했던 대목은 역시 사무총장의 인선이었다. 3선이라는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가신출신인 문정수의원을 사무총장에 발탁한것은 향후 당운영에 대한 김대통령의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있는 대목으로 보아야한다. 최형우의원을 내무장관으로 해 비서실장출신인 서청원의원과 측근인 김우석전의원을 정무1장관과 건설장관에 기용한 내각진용이나 역시 가신출신인 이원종공보처차관을 정무수석에 앉힌 청와대참모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당도 「친정성」을 강화한것이다.
이는 특히 민주계의 제한된 인적자원으로 인해 문의원이 「민주계총장」의 마지막 카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그동안 4선의 김정수의원과 6선의 신상우의원등도 거론됐었지만 몇가지 이유로 민주계 내부에서조차 합의점이 이루어지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김대통령으로서는 총장자리를 민정계에 준다는것은 정국운영 전체의 틀과 맞지않아 받아들일 수 없었던것같다. 따라서 추진력과 장악력의 측면에서 아직 검증받지는 못했지만 야당시절 당총무국장과 사무차장을 지내며 「총장수업」을 받았던 문의원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것으로 추측된다. 문의원이 당개혁에 있어서 다소 힘에 부칠 경우 「이정무수석―문총장」의 가신라인을 통해 당을 끌고가겠다는것이 김대통령의 구상인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인선결과는 총장을 민정계에 줄게 아니라 민주계가 맡아야한다는 민주계의 일관된 목소리가 뒷받침한것도 상당한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지속적인 개혁과 경제회생을 목표로 하는 「집권2기」에서는 내각보다 당의 비중이 떨어진다해도 당으로서는 김대통령에게 흐트러짐없이 힘을 몰아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지자제선거가 불과 1년4개월여밖에 남지않은 시점에서 역시 김대통령의 측근인사가 당을 끌어가며 조직정비와 공천등을 준비해야한다는게 민주계의 공통인식이다.
물론 계파간 화합과 민정계 배려차원에서 민정계를 총장으로 기용해야한다는 주장도 만만치않게 제기됐었다. 김종필대표를 비롯한 공화계나 김윤환의원등 민정계인사들은 당내화합을 위해서 당내 다수파가 당조직을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실제로 김대표의 경우 김대통령과의 주례회동을 통해 민정계를 총장에 임명할것을 강력히 요구했고 김의원도 라이벌관계에 있기는 하지만 이한동의원의 총장기용에 적극적인 찬성의 뜻을 밝혔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민주계의 인물난까지 겹쳐 한때 「민정계총장설」이 나돌았으나 불발에 끝났다.
때문에 이한동 이세기의원등 3당통합이전에 여당의 주요당직을 두루 거친 민정계의 중진급 인사를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에 포진시킨것은 이같은 당내불만을 무마하고자 한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김윤환의원과 함께 민정계의 지도적 인물로 꼽히는 이한동의원을 격에 맞지않는다는것을 잘 알면서도 총무에 임명한것은 다분히 당내 다수세력을 의식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이의원의 경우 지금까지 개혁노선에서 일탈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대통령후보경선때 김대통령에게 맞섰던 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파문제를 보는 김대통령의 고민이 적지않음을 알 수 있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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