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계 핵심위치 등용 정국장악/실세포진,국정일관성 유지 미지수 개각과 청와대비서진개편에 이어 23일 민자당당직의 뚜껑이 열림으로써 김영삼대통령의 새로운 여권진용구축작업이 완료됐다. 새정부출범 10개월만에 전면적으로 단행된 이번의 여권개편은 일단 김대통령의 집권2기를 이끌고갈 중심축의 컬러를 대폭 정비하고 강화한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새 진용이 지닌 함축적인 성격은 분위기쇄신 또는 사람의 교체라는 일반적인 해석을 넘어 김대통령이 국정운영의 방향타를 크게 선회하고 있다는 점에 맞춰진다. 이는 무엇보다 여권핵심포스트에 상도동그룹, 특히 적자인맥이 「더 이상 눈치볼것없이」대거 일선배치된데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물론 여권의 전체적 인적구성에서는 상도동그룹의 가용인력이 제한돼있는데다 이회창총리 정재석경제부총리등 신그룹의 무게가 부각되는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향후 주요정치일정과 관련된 3대요직에 최형우내무장관 문정수사무총장 이원종정무수석등 적자계열을 기용하고 내각에 민주계의원들을 상당수 등용한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봐야한다.
정권담당자가 자기 사람들로 정부조직을 물갈이하는 이른바 미국식의 「렵관주의」전통까지 부분적으로 연상케하는 상도동인맥의 전면포진은 친정이란 수사를 넘어 친위체제라고 불릴 정도이다. 과거정권의 기득권세력을 비롯한 범여권의 지지위에서 대권을 잡은 김대통령이 일종의 연합인맥적 체제로 운영해왔던 초기 국정운영의 물줄기를 크게 뒤바꾸게된 배경은 몇가지로 유추해볼 수 있다.
우선 김대통령이 최근 내년을 「제2건국의 해」로 규정한데서 볼 수 있듯이 집권2기 국가운영전략과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94년 한해에 달려있다는 현실인식을 들 수 있다.
올 한해동안 줄기찬 사정드라이브와 과거유산의 매듭, 법과 제도의 정비등을 통해 정치권과 사회의 분위기를 일신시켰다고 할때 이를 토대로 내년은 현정부의 구체적인 과실을 가시화해야하는 과제가 부각돼있다. 이를 위해서는 1차적으로 여권진용을 실무적으로 강화하는것과 함께 몸을 던져 대통령의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팀이 필요했다는 얘기이다.
실제 11월초부터 상도동그룹내에서는 민주계의 「전면적인 전진배치론」이 조심스러우면서도 강력하게 제기돼왔다. 이 주장은 황인성내각의 잇단 실책과 무력성을 겨냥한것이지만 보다 크게는 『문민정부의 힘에 걸맞게 뭔가가 잘 안돌아간다』는 내부적 긴장감을 반영한것이었다. 요컨대 『직접 삽과 곡괭이를 들고 대권가도를 몸으로 일궈낸 우리가 이 정부를 끝까지 책임져야하고 그러자면 괜히 모양새 찾는다고 앞뒤를 잴게 아니라 사명감있게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같은 내부의견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권핵심부에 전달됐고 결국 김대통령도 「고용인물」로는 자신의 뜻을 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다시금 「승부를 건다」는 생각으로 가신그룹을 국정흐름의 요소요소에 배열하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이제 관심은 이들이 김대통령을 대신해 어떤 역할을 할것인가에 쏠린다. 이들이 김대통령의 힘을 업고있는 실세라는 점은 국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것이 틀림없지만 어떤 의미에서 여권조직의 체계와 질서를 교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않다.
김대통령이 특유의 강기로 마음먹고 펼친 여권조직의 혁신적 개편이 막힌데를 뚫는 윤활유가 될지, 아니면 국정의 경직성을 더하는 또다른 걸림돌이 될지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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