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정치일정서 모종역할” 설도 개각이 있고나면 떠나는 각료는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이번 개각에서는 물러난다는 사실 자체로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킨 인물이 있다. 바로 김덕롱전정무장관이다.
20년이상 김영삼대통령의 「곁」을 지킨 측근이자 민주계실세로 공인돼왔기 때문에 그의 경질을 둘러싸고 분분한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더욱이 김전장관은 당직개편에서도 제외될것으로 알려져 그 숨은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중책을 맡기기 위한 대통령의 심모원려』에서부터 『정치적 징계의 의미』에 이르기까지 숱한 추측들이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
김전장관 본인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굳이 입을 열면 『3당합당 이후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 쉴 때가 됐다』고 말한다. 또 『오랜세월 형극의 길을 함께 걸어온 다른 측근들도 대통령을 보필할 기회를 가져야하지 않느냐』고 부연하기도 한다. 서운함이나 당혹감은 감지되지 않는다.
김전장관의 「무심」과는 별개로 정가의 뒤안길에는 그의 거취를 추적하는 설들이 꼬리를 물고있다. 우선 징계냐 아니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그가 당직을 맡지 않는다면 징계의 의미가 크다는게 중론이다. 현정부의 승부시기라는 내년을 앞두고 측근실세를 경질했다는 사실은 정치적 경고를 담고있다는것이다. 그리고 그 경고는 여권 전체를 겨냥하고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민주계 당직자는 『측근간의 불화설에 대통령의심기가 불편했다고 들었다. 김전장관의 경질은 김전장관은 물론 핵심인사 모두에게 던지는 경종으로 보면 된다』고 말한다.
정국방향과 관련짓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개각에서 물러난 한완상전통일부총리 이인제전노동장관이 진보적 그룹에 속하고 김전장관 역시 진보적 성향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것이다. 한전부총리와 이전노동장관이 대북관계와 노동정책에서 자주 파열음을 냈고 그 결과 진보적 각료의 교체가 불가피해졌으며 김전장관도 같은 맥락에서 경질됐다는 분석이다.
이와는 달리 김전장관의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시각도 만만치않다. 김대통령이 설혹 일시 그를 멀리한다해도 「한식구」의 신뢰를 버리지 않고있다는 주장이다. 상도동출신의 한3선의원은 『가장이 식솔을 험하게 대한다 해서 애정이 없는것이 아니다. 대통령과 김전장관의 연이 결코 간단치 않다』고 말한다.
이런 시각에서 김전장관에게 모종의 역할이 주어지지않겠냐는 추측도 있다. 95년 지자제선거의 후보감물색, 96년 총선을 전후해 이루어질 정계변화 가능성등과 관련해 김전장관의 차후 행보가 주목된다는것이다.
청와대의 핵심인사가 김전장관의 거취에 대해 『기대해보라. 개봉박두』라고 조크한데서도 비슷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김전장관이 보일 정중동의 정치행보가 당분간은 정가의관심을 모을것 같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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