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은 정말 꿈도 꾸지 않았는데…』 20일 KBS홀에서 열린 제4회 「서울국악대경연」에서 대상을 차지한 이선령씨(32)는 자신의 이름이 대상수상자로 호명되는 순간 감격에 겨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씨는 이날 대회에서 민요부문에 참가, 경기잡가중 「제비가」를 불러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씨가 민요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소리꾼이 되기에는 비교적 늦은 19세때부터이다. 『고등학교때 「이미자」나 「패티김」이라는 별명으로 불릴만큼 노래를 곧 잘 했는데 김소희선생으로부터 소리를 배우고 있던 한 친구가 제 목소리가 민요에 적격이라며 권유하더군요』
그때부터 시작된 이씨의 「소리꾼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했다. 『여자는 시집가서 살림만 잘 하면된다』며 딸의 국악입문을 극구 말렸던 아버지때문에 집을 나와 서너달간 라면만 먹으며 친구집을 전전해야했고, 고2때 2층에서 떨어져 다친 척추부상으로 남보다 조금만 연습을 많이 해도 피로를 빨리 느꼈다고 한다.
『가슴에 맺힌 서러움이 오히려 그 힘든 길을 걷도록 했습니다』 그의 이 서러움은 평생 박수무당으로 집밖에서 나돌다가 여고때 마침내 「스님이 되겠다」며 산으로 올라가 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며 그 충격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된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백영춘, 김금숙 두 선생님께 이 영광을 돌린다』고 말하는 그는 『좀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대상」이라는 이 가시방석같은 자리가 부끄럽지 않은 소리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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