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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만영화 “흥행대결”/패왕별희/결혼피로연/24일 동시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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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만영화 “흥행대결”/패왕별희/결혼피로연/24일 동시개봉

입력
1993.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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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문화로 매몰돼가는 미래 조감/세남녀 이야기로 중국근대사 회고 올해 베를린영화제와 칸영화제에서 각각 그랑프리를 차지한 대만영화 「결혼피로연」과 중국영화 「패왕별희」가 24일 동시에 개봉돼 두나라 영화를 비교감상할수 있게 됐다.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이안감독의 「결혼피로연」은 대만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경쾌한 유머감각으로 소화해낸 현대물이다. 반면 칸영화제에서 「피아노」와 황금종려상을 공동수상한 첸 카이거감독의 「패왕별희」는 격동의 근대사를 헤쳐나온 세남녀의 이야기를 경극을 통해 그려낸 작품이다.

 두작품은 중국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음에도 두나라 현실만큼이나 주제나 그를 풀어가는 방법에서 상이한 점이 눈길을 끈다. 「결혼피로연」이 서구문화에 매몰돼가는 대만의 오늘을 통해 결코 낙관적일 수 없는 내일을 조감했다면 「패왕별희」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희생된 세남녀의 반생과 맞물려 중국의 근대사를 되돌아보는 과거지향적인 작품이다.

 「결혼피로연」에는 뉴욕중심가에 진출, 동성애등 최첨단의 생활을 구가하는 대만출신청년 웨이퉁과 동양적 사고방식을 고수하고있는 보수적인 그의 부모, 그리고 뉴욕에 불법체류중인 상해출신여류화가 웨이웨이등 세부류의 인물이 등장한다. 사건은 대를 이을 아들을 열망하는 웨이퉁의 부모가 아들을 결혼시키기위해 뉴욕에 오면서 시작된다. 결혼할 뜻이 없는 웨이퉁은 위기를 넘기기위해 영주권이 필요한 웨이웨이와 위장결혼한다. 우여곡절끝에 부모는 아들이 동성연애자인 것을 알게되지만 웨이웨이가 임신한 사실을 위안으로 삼고 대만으로 돌아간다. 중국에대한 이해가 없이도 흥미롭게 볼수있는 영화다.

 「패왕별희」는 이벽화의 동명원작소설을 영화화한것으로 매춘부인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북경의 경극학원에 맡겨진 미소년 두지(장국영)가 두살위의 소년 시투(장풍의)를 만나는데서 시작된다. 경극「패왕별희」의 남녀주연(경극에서는 여성역도 남자배우가 맡는다)으로 스타의 길을 걷게되는 두소년은 어느덧 남성간의 우정을 초월, 은근한 이성의 정을 키워간다. 그러나 두사람 사이에 사창가의 여인 쥬산(공리)이 끼여들면서 비극이 싹튼다.

 이 영화는 남녀주인공 세사람의 개인사를 씨줄로, 청말군벌시대로부터 일제 강점기 국민당정권기 공산혁명기와 문화혁명에 이르는 중국의 정치사를 날줄로 정교하게 엮어 마치 봉건시대의 연희형식인 「패왕별희」가 서서히 빛을 잃어가듯 쇠잔해가는 이들 주인공의 운명을 한편의 서사시를 보듯 묵직한 감동으로 지켜보게한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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