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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벼랑외교」로 사찰 해넘겨/미-북 실무회담 끝없는 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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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벼랑외교」로 사찰 해넘겨/미-북 실무회담 끝없는 공전

입력
1993.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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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조건 제시 막판까지 자기주장/러 극우부상-미국방교체… 북에 유리 20일 북한측의 요구로 열린 뉴욕 미·북한 실무회담에서는 북한측이 대체로 지난 3일 미국측에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다시 건넨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3일 양측간 접촉이후 북한외교부가 9일 발표한 성명에서도 되풀이한 내용이다. 당시 북한 외교부성명의 요지는 북한이 미국측에 제안한 제한된 핵시설에 대한 사찰인정은 북한이 할수있는 「최대한의 양보」이며 만일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미국이 더 이상의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또한 핵사찰과 미·북한간 외교관계수립및 경제지원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자는 소위 「일괄타결안」을 미국이 수락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공표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은 지난 3일 회담에서 7개핵관련시설중 5개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에 응하고 핵무기제조에 직접 관련된 것으로 의심받아 온 녕변핵시설과 인근의 핵재처리공장은 사찰을 받지 못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또한 남북대화의 진전에 관해서도 언질이 없었던 것같다.

 미국은 이같은 제안에대해 한국등 우방과 협의한 결과, 이 내용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10일 북한측에 전면적인 핵사찰수용과 남북대화의 진전을 요구했던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10일의 미측 제안이후 어쩌면 북한측이 남북대화는 몰라도 핵사찰을 전면수용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20일 북한측의 답변은 거의 진전이 없는 내용으로 밝혀졌다.

 미국측은 한국과의 협의를 거쳐 연내에 다시 뉴욕회담을 요구해 북한측의 완전한 핵사찰수용및 남북대화진전을 요구할 것이지만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북한측이 쉽사리 태도를 바꿀 것같지 않다.

 북한은 지난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일방적으로 탈퇴선언한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개방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아왔지만 일반적인 국제교섭의 상례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는 소위 「벼랑외교」(BRINKMANSHIP DIPLOMACY)를 벌여왔다.

 이 벼랑외교로 북한은 해를 넘기게 됐고 그사이 유리한 국제환경을 한두가지 더 얻게됐다. 첫째는 중국이 아직 유엔의 북한제재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러시아총선에서 극우주의자들이 등장한 점이다.

 둘째는 애스핀장관의 사임으로 국방장관교체기에 처해있는 미국이 지금까지의 온건노선을 바꾸려면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으로 미뤄볼 때 북한은 벼랑외교를 거의 의도대로 끌어 왔다. 때문에 미국은 새해들어 전혀 새로운 협상전략으로 대북한외교를 시작하지 않을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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