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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거듭나기(장명수 컬럼: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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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거듭나기(장명수 컬럼:1621)

입력
1993.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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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의 무기수입 사기사건은 군에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흔들고 있다. 김영삼정부 출범이후 세찬 개혁바람속에 만신창이가 된 군은 몸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불신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5 ·16으로 정권을 장악한 군은 30여년동안 누구도 손댈수없는 성역으로 군림해왔다. 군은 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 군출신 대통령들의 시대가 가고, 마침내 문민대통령이 탄생한 이후에도 군의 협조 없이는 정권을 유지하기 힘들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김영삼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군을 향한 개혁의 칼을 뽑음으로써 군이 더 이상 성역이 아님을 만천하에 공표했다. 30년 성역에 개혁의 칼을 대자 온갖 비리가 쏟아져 나왔다. 진급을 둘러싼 뇌물수수, 군장비 구입의혹, 특정파벌의 요직독점, 정치공작과 테러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사건들이 줄줄이 터지기 시작했다. 과거의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고위 장성들이 잇달아 구속됐다.

 그 와중에서 우리가 새삼 확인한것은 『군이 더이상 정권을 잡아서는 안되겠다』는 사실이었다. 특수한 방식으로 특수한 임무를 수행해온 군이 국정에 관여하여 작전하듯이 만사를 밀고갈때 얼마나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는가를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특히 군이 정치공작을 하고, 정치적목적으로 무고한 국민에게 테러를 자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때 온국민이 경악했다.

 그러나 군은 여전히 국민에게 소중한 존재였다. 국민은 군이 하루빨리 모진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 태어나기를 빌었다. 군이 가장 먼저, 가장 철저하게 개혁을 요구받았던 만큼 재기도 빠를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기대했다.

 무기구입 사기사건은 이러한 국민의 기대를 무참하게 짓밟고 있다. 그 사건은 발생에서 수습과정에 이르기까지 의혹투성이다. 우선 국방부 군수본부가 지난 90년 6백70만달러(53억원)를 주고 프랑스의 무기중개상으로부터 수입하려던 포탄중에는 국내에서 개발되었거나, 이미 구형이 되어 쓸모가 없어진 품목이 있었던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군수본부는 또 은행측이 선적서류의 하자를 통보했는데도 대금을 내주었고, 물품이 오지 않는데도 그 사실을 계속 숨겨왔다. 국방부 수뇌부는 지난 5월 사기당한 사실을 알았으나, 자체수사를 하지 않은채 덮어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8월 율곡감사에서 군수본부가 탄약대금 53억원을 지불한채 2년이 넘도록 물품을 받지 못한 사실을 적발, 관계자 2명을 징계에 회부토록 통보했으나 국방부는 이것마저 묵살했다.

 이 사건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복잡한 양상을 드러내고 있으나, 한가지 분명한것은 국방부가 이 사건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사건은 전정권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새정부의 국방부가 사건을 처리하는 수법은 전 정권들과 다름이 없었다. 비밀의 장막을 오래 치고 있는 곳에서는 으레 비리가 싹트게 된다. 군은 이제라도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군기밀이라는 이름 아래 드리웠던 비밀의 장막부터 걷어내야 한다. 문민정부아래 호된 시련을 겪었던 군은 그후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이번에 보여주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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