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간 마찰… 미맹주자리 타격/국제경제 지역화추세 더욱강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국제문제연구중심」은 최근 인민일보를 통해 「1993년 국제정세의 회고와 전망」을 발표했다.이 글은 군사력 뿐만아니라 연 10%이상의 빠른 경제성장으로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높여가는 중국이 국제정세를 어떠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떠한 정책을 취할것인가를 살펴보는데 유용한 길잡이 구실을 하고 있다. 다음은 이 글의 요약이다.
올해는 양극체제가 종말을 고한지 2년째되는 해이다. 전반적으로 국제정세는 긴장완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세계가 아직 평화시대를 맞이한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으며 냉전 종식후 서방세계는 내부 모순의 노출로 경제난이 가중되고 정치·사회 혼란이 심화됐다.
서방 주요국가들은 전후 최장의 경제침체기에 빠져있다. 서방경제의 쇠퇴현상은 주기적 구조적 요인을 다 함께 지니고 있다. 이는 냉전 종식에 따라 군수산업이 곤경에 처한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 기존의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져 많은 장기집권 정당들이 권력을 내놓았다. 90년대 후반기에는 서방경제의 상황이 능히 호전될것으로 보이나 그 시점은 20세기 말이나 21세기 초가 될것이다.
서방국가들간의 관계는 냉전 종식후 공동의 적이 사라져 응집력이 떨어지고 동맹관계에서 상호 경쟁관계로 접어듦에 따라 심각한 변화를 맞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상호의존도가 비교적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기간 협력관계를 유지할테지만 상호 경제마찰과 충돌은 날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주도권투쟁도 격화될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맹주적 지위는 심각한 도전에 부닥칠것이다.
미국의 「신간섭주의」가 계속해서 좌절을 맛봄에 따라 미국의 대외정책도 조정과정에 들어갔다.
올해는 지역분쟁의 진정과 격화가 동시에 나타난 해이다. 캄보디아문제는 이미 기본적으로 해결되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협상은 반세기를 끌어온 중동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남아프리카에서는 백인통치와 인종분리정책이 종식될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
그러나 유고슬라비아, 특히 보스니아와 구 소련 일부지역에서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소말리아에 무력개입한 미국의 좌절과 보스니아문제에서 서방의 대국들이 직면한 곤혹은 이러한 분쟁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섣부른 제재와 간섭은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 점을 말해준다.
올해 러시아 정국은 격심한 혼란을 겪었다. 10월 사건은 정부와 의회간의 대치국면을 종결시키면서 잠정적인 안정을 가져왔다. 앞으로 러시아 정국은 정부의 경제위기대처방안과 새로 구성된 의회의 태도, 그리고 중앙과 지방간의 권력배분방식에 달려있다. 러시아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서방과의 합작을 추구할 것이지만 독립국가연합 내의 위치를 강화하고 동구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함으로써 강대국의 위상을 지키려는 대외정책을 뚜렷이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조만간 러시아와 서방간의 갈등이 커질 것이다.
올해 국제정세에서의 최대 관심거리는 아시아의 부상이다. 아시아지역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정치·사회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안정돼 아시아의 국제적 지위와 역할은 현저하게 높아졌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비공식 지도자회의가 열림으로써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협력이 보다 증진되게 됐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제창한 지역안전보장포럼이 관련국들로 부터 호응을 받아 이 지역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미국은 장래 미국의 발전이 아태지역에 달려있다고 강조하고 「신태평양공동체」구상을 제시하였다. 일본도 아시아중시로 기울어져 「탈미귀아」의 논의마저 나오고 있다. 독일등 유럽국가들도 앞다투어 새로운 아시아정책을 내놓고 있다. 반면 서방국가의 일부세력들은 중국이 발전하고 국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려고 애쓰고 있다.
냉전 종식후 일부 서방대국은 개발도상국가에 대한 압력과 간섭을 강화했다. 서방국가들의 「불등가 무역」과 기술보호주의는 개발도상국가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남북간의 차이를 보다 심화시켰다.
올해 국제경제의 지역화추세는 한층 강화됐다. 마스트리히트조약이 각국의 비준을 모두 획득한 사실은 유럽통합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전진하고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94년부터 발효된다.APEC도 진전을 이룩했다. 이와 동시에 7년을 끌어왔던 관세 무역 일반협정(GATT)의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 12월15일 다자간협의를 끝마치고 종결됐다.
장기적으로 볼때 세계경제는 다국화한 가운데 발전하는 추세를 계속 보일 것이다.【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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