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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아미 「즐거운 아기소풍…」/김윤철 세종대교수(연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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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아미 「즐거운 아기소풍…」/김윤철 세종대교수(연극평)

입력
1993.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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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시인의 「인생소풍」 연극을 무척 사랑하는 K형.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애초에 연극에 관한 얘기로 만났으니 역시 연극에 관한 얘기로 우리의 망년회를 대신합시다.

 엊그제 대학로의 바탕골소극장에서 연극 한 편을 봤습니다. 조광화가 쓰고 윤광진이 연출해서 극단「아미」가 공연한 「즐거운 아기 소풍 끝나는 날」이라는 연극이었는데 우리시대 최후의 낭만적 기인이었던 천상병(권성덕)이라는 시인의 가난과 고난의 삶을 추적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극의 틀이 재미있어요. 『남편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하늘나라로 간지 이백이십일 . 내곁을 떠나지 않는 남편과의 대화에 나는 언제나 남편이 같이 있다는 착각에 살고 있다』는 미망인 목순옥여사(강애심)의 고백에서 힌트를 얻은듯, 작가는 천당간 시인이 이승의 아내를 찾아와 자신의 삶을 다시 순례해보는 형식을 취했습디다. 연출자 역시 간단한 처리로 이승과 저승의 시공을 자유롭게 드나들수 있도록 무대만들기의 형식을 개발했구요. 그래서 시인이 저고리를 입으면 사후의 장면이 되어 두사람은 삶을 초월한 입장에서 이승의 삶에 촌평을 가하는것이고, 저고리를 벗으면 살아 생전의 장면이 되어 가난과 고난의 인생행로를 영화적인 짧은 삽화들 속에 농축하여 우리 앞에 재연하는 것이지요. 

 한국적 서정을 유일하게 지켜온 시인이요 「동백림」사건에 무고하게 연루되어 고문당했던 불행한 시대의 증인이며 종교적인 확신으로 모든 것을 초월하고 진지하게 말년을 살다 간 소풍객으로서의 천상병의 모습들이 수채화처럼 잔잔하게 펼쳐졌습니다. 나는 이러한 글쓰기와 무대만들기를 매우 긍정적으로 봅니다. 오래 한곳에 집중하기를 어려워하고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속박으로 여기는 현대관객들의 수용미학을 작가와 연출자가 잘 파악한 것이지요.

 그러나 천상병의 인생삽화들이 감상적으로 채색되었기 때문에 간간이 삽입되는 그의 시만큼의 깊이를 갖지 못한것, 시인의 삶에 시를 창작하는 모습이 빠진것등은 이극의 허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못된 세상을 아름다운 소풍쯤으로 자리매김하는 천시인의 인생결론에 공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물론 연극이 한 사람의 삶의 전체를 담을수야 없지만 그려진 부분들은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대표성과 치열성을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럴때 인생의 소우주로서의 극장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권성덕과 강애심의 교감이 화학적이어서 참 좋은 앙상블을 보여줬습니다. K형도 한번 보시지요. 새 해엔 극장에서 더욱 자주 뵐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K형의 지속적인 관심이 한국연극의 성숙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부디 새해는 K형 생애 최고의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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