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의 리스트/수용소서 유태인 구해낸 독일인의 실화/전미 비평가위 최우수작 선정 스티븐 스필버그의 나치잔학상을 그린 영화 「쉰들러의 리스트」(Schindler`s List)가 LA필름비평가협회와 뉴욕필름비평가서클 및 전미비평가위원회로부터 각기 93년도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이로써 이 영화는 내년3월에 거행될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을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그러나 이들 비평가모임은 모두 스필버그를 최우수감독에서 제외시켜 상복없는 스필버그의 징크스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클린턴 미대통령이 먼저 보고 『모두 보기를 간청한다』고 칭찬한 이 작품은 나치점령하 폴란드의 유태인수용소에서 1천1백여명의 유태인을 구해낸 독일인 오스카 쉰들러(리암 니슨분)의 실화다. 원작은 호주인 토머스 키닐리의 82년작 동명소설.
폴란드의 크라코등지에서 현지촬영을 했는데 스필버그는 집도하는 외과의사처럼 감정과 감성을 냉혹하게 잘라내고 인간의 광기와 그 광기에 의한 희생자들의 얘기를 객관적이고 사실적이며 또 기록영화식으로 서술, 공포와 전율감으로 온 몸이 자지러지게 한다. 「홀로코스트」(대학살)영화를 볼때마다 느끼게 되는것은 인간의 한없는 수성(수성)인데 『전쟁은 인간으로부터 악한것을 끄집어낸다』는 쉰들러의 말에도 불구하고 바흐와 모차르트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인간에게 저지른 그 잔인성과 사악함은 이해의 테두리를 벗어난 불가사의라고 하겠다.
쉰들러는 극적이고 모순되는 성격의 소유자다. 술꾼이요 호색한이자 뇌물과 암거래도 서슴지 않는 모리배였다. 그가 처음에 크라코의 자기 주방용기공장에서 일할 유태인들을 수용소에서 데려왔던것은 그들을 무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쉰들러는 나치의 잔학상을 목격한뒤 서서히 휴머니스트로 변신, 「쉰들러의 유태인」이라 불리는 1천1백명 유태인들의 영웅이자 구세주가 된다(쉰들러는 예루살렘의 시온산묘지에 묻힌 유일한 나치당원이다).
스필버그는 장면 하나하나에 예술가적인 상상력과 지성과 정열을 쏟아 부으며 엄격하고 생생하게 과거를 재현, 그같은 경험이 주는 충격과 가공성에 영혼마저 저미어드는듯한 아픔을 느끼게 된다. 또 상존하는 폭력에의 기대감이 주는 긴장감 때문에 영화를 보기가 괴로울 지경이다. 그러나 스필버그는 전율과 공포와 충격과 함께 얘기꾼으로서의 탁월한 솝씨를 발휘, 「재미있는 홀로코스트영화」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3시간15분동안 흑백으로 묘사되는 죽음과 고통의 이미지들은 아름답고 풍성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난데 특히 인간사냥을 즐기는 수용소소장 아몬역의 레이프 화인스의 사디스틱한 연기는 경악스러울 지경이다.
어린시절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구타와 욕설을 감내해야 했던 스필버그는 자신이 유태인임을 수치로 여겼다고 한다. 그는 이후 영화인이 돼서도 오락영화만 만들면서 자신의 뿌리에 관해서는 모른체 해왔다. 스필버그가 이제 후회하는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내놓은 「쉰들러의 리스트」는 그의 참회록이자 동시에 인류에게 있어서는 위대한 역사의 기록이다.【미주본사편집국장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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