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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관치탈피 「상업화」 계기로(제2의 개국 UR 새시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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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관치탈피 「상업화」 계기로(제2의 개국 UR 새시대:5)

입력
1993.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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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개방 강행… 일대격변 눈앞에/실물경제 비해 경쟁력 낮아 우려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에 따라 국내금융산업도 예정된 일정에 맞춰 개방절차를 밟게 된다. 지금까지는 외국인 주식투자허용등의 금융개방이 한미양국간의 협상에 의해 이뤄진데 반해 앞으로는 UR금융협정에 참여한 다른 모든 국가들과의 약속이행 차원에서, 약속한 시간이 되면 반드시 문을 열어야 하는 구속력이 한층 강화됐다. 다만 쌀같은 농산물이 수입금지의 미개방상태에서 개방으로 바뀌는데 비해 금융은 이미 개방이 진행되던 상황에서 계속 개방추세가 가속된다는 점에서 얼핏 충격이 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정해놓은 개방일정에 대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상관없이 개방이 강행되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수가 있다. 정부의 정책적 판단으로는 도저히 개방조치를 취해서는 안되는 상황인데도 이미 약속한대로 개방이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국내금융개방 부문에 대해 UR협정에 명시적으로 이행시기를 못박은 항목들은 『국내 여건이 좋지 않아 1∼2년정도 미루겠다』는 식의 개방회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국내금융시장은 좋든싫든간에 해가 갈수록 개방의 여파로 일대 변화를 겪게 된다. 국내금융산업은 실물경제에 비해서도 오히려 경쟁력이 뒤처지는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과연 개방의 물결을 헤치고 살아남을것인지에 관해 우려의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수십년간 관치의 온실에서 자라온 국내금융이「상업금융」으로 완전히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UR협상에서 금융부문은 참가국들간에 한치 양보없는 접전을 벌여 일단「어정쩡한 조건부 타결」로 매듭이 지어졌다. 협상참가국들간에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지만 그대로 뒀다간 UR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을 초래할것을 우려,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의 서덜랜드사무총장의 제안으로『지금까지의 협상내용을 잠정합의안으로 두고 UR협정 발효후 6개월내에 재협의를 하자』는 내용으로 협상을 끝냈다.

 따라서 UR협정에 따른 국내금융개방 일정이 최종 확정된것은 아니다. 아직 재협상 일정을 남겨놓고 있는것이다. 현재의 잠정합의안으로 협상이 종결된다면 우리정부가 당초의 제3단계 금융개방계획에 내놓은 항목 외에 추가로 개방을 앞당기거나 폭을 넓히는 일은 없을것으로 보인다. 약속한대로 현재 종목당 10%인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추가확대하는 조치를 94∼95년중에 실시하고 양도성예금증서(CD)의 은행별 발행한도를 늘려주는 한편 91∼2백70일 사이로 제한돼있는 만기도 다양화하는등의 계획을 이행하면 된다. 또 약속한 사항중에는 은행의 지점이나 사무소, 투신사등의 사무소를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설치하려고 할 때 경제적 필요성을 따져보고 허가 여부를 결정짓는 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것들만 하더라도 정부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조치의 경우에도 꼭 우리 입맛에 맞게끔 시기를 마음대로 선택하기가 어려워졌다. 지금까지 외국인 주식투자한도의 확대는 국내증시에 대한 부양책 카드로 많이 사용됐다. 이제는 94∼95년중 국내증시가 활황을 누리고 있더라도 이 기간중 반드시 추가개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 추가개방이 장작불에 기름붓는 격이 되더라도 감내해야 하는것이다.

 외국 금융기관의 지점이나 사무소 설립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는 국내에 진출한 전체 외국은행의 숫자등을 감안해서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요건만 맞으면 반드시 허가를 내줘야 한다. 정부의 정책적 선택이 끼여들 여지가 없다. 

 그러나 UR협정 발효후 6개월내에 갖도록 돼있는 재협상이 제대로 안풀리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금융협상이 극도로 치열했던 이유는 미국이 금융분야에서 최혜국대우(MFN)원칙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최혜국대우는 한 국가에 대해 자국 금융시장에서 특정한 조치를 허용할 경우 다른 금융협정 가입국에도 똑같이 적용해주는 원칙이다. 최혜국대우 원칙을 포기하고 미국내의 금융보복법안(리글법안)등을 통해 양자간에 문제를 풀게 되면 우리로서는 유리할 게 없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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