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접촉없이 마지막 정리/청와대/이 총리 정상출근 임명제청 준비/총리실/“움직이면 감점” 대부분 지역구행/민자당 개각인선의 사실상 마지막날인 19일 청와대와 정가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내밀한 움직임을 보였다. 개각이 극도의 보안속에 이뤄지고 있기때문이다.
누구도 윤곽을 그릴수 없는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는 「휴일의 개각상황」은 한마디로 정중동 그것이었다.
▷청와대◁
김영삼대통령은 이날 하루종일을 관저에서 보냈다. 평소의 일요일처럼 문안 온 2남 현철씨와 딸내외등 가족들과 아침예배를 보고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관저로 누구도 부르지 않았다고 측근은 전했다. 김대통령의 개각구상에 가장 근접해 있는 박관용비서실장도 이날 청와대에 출근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로 미루어 김대통령의 새 내각 인선구상이 사실상 마무리 됐을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은 산책등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몇가지 최종결심을 했을것이라는 얘기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21일 개각내용 발표를 앞두고 20일 이회창신임총리의 제청을 받는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총리가 각료추천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지가 주목되고 있으나 김대통령의 인선 구상이 거의 그대로 확정될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대통령은 이번 새 내각 인선작업과정에서도 지난번 조각때처럼 철통같은 보안을 관계자들에게 지시, 대상자이름도 청와대 주변에서는 흘러나오고 있지 않다. 또 김대통령이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민정수석실에서 3배수정도로 올리는 인선자료를 그대로 참조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점치기가 어려운것도 사실이다. 아예 민정에서는 이번에 5배수이상의 인선자료를 올렸다는것이다.
게다가 김대통령은 여러 채널로부터 내색을 하지 않은채 의견을 듣기때문에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전망이 쉽지 않다. 이때문에 개각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 박실장부터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 혹시 김대통령이 입각대상자들에 대한 통보를 이신임총리에게 맡길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총리에게 힘을 모아주는 차원에서 고려될것이라는 전망이다.
철통보안이 유지되는 가운데 그런대로 얘기가 나오는 것은 새내각의 인선방향정도. 김대통령이 이총리를 기용한것으로 보아 우선 경제팀에는 국제적 감각과 함께 전문적인 실무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기용될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망과 관련,일부 언론이 5·6공인사 배제원칙이 이번에는 깨질것이라고 보도한데 대해 김대통령은 『누가 그런 소리를 했느냐』고 못마땅해 했다는것이다. 5·6공 인사를 배제하겠다는 뜻보다는 인사원칙이 미리 거론되는것조차 좋지않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
이날 청와대에는 인사와 관련된 사람으로는 김영수민정수석이 하오에 잠깐 들렀을뿐 조용했다. 외부에 파견 나가 있는 민정수석실 사정담당팀이 최종 확인작업을 위해 움직였다. 평소라면 분위기라도 알기위해 나와 보았을 다른 수석실의 움직임도 별로 없었다. 알수도 없을뿐더러 수석비서관들도 개각에 이어 개편대상이 돼있기 때문일것이다.
비서실 개편과 관련, 박실장은 전날 비서관 전원이 참석한 회의에서 『연말에 우리 비서실에는 나쁜 일은 없을것』이라고 말해 경질되는 수석이 있더라도 입각을 비롯 배려가 있을것같다는 추측을 낳게 했다.
▷총리실◁
이회창국무총리는 이날상오9시 종합청사 집무실로 정상출근, 하오 4시가 넘도록 업무보고를 받고 자신의 국무위원 임명제청권 행사와 관련한 그간의 관행등을 살펴보는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총리는 20일 상오 10시 청와대에서 열리는 「대전엑스포 성과확산보고대회」에 참석한뒤 김대통령과 독대, 개각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밝힐예정이다.
국무총리실은 이총리의 「법에 정한대로의 국무위원 임명제청권 행사」공언이 이번 개각에서 실제로 행사되는가가 이총리의 향후위상을 예측할수있는 잣대라고 보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총리실주변에서는 『이총리의 평소 스타일로봐서 대통령이 생각못한 인사를 추천하긴 힘들지만 최종 낙점에는 어느정도 의견제시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해 이총리가 1∼2명의 각료를 추천할것이라는 성급한 추측도 나돌고 있다.
▷민자당◁
민자당주변에서는 개각단행이 21일 하오로 통고되는등 유례없는 「예고개각상황」이 시작되자 「뜸들이는 시간속의 속타는 마음」들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휴일인 이날 정가와 관가는 경질이 확실시되는 장관들의 주변정리와 유임여부가 유동적인 장관들의 분주한 여권심층부 분위기 탐색, 등용을 기대하는 인사들의 초조감등이 뒤엉켰다.
특히 김대통령의 최종낙점에 따른 개별통고가 20·21일 양일간 있을것으로 알려지자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이던 사람들도 가슴을 죄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민자당의원들의 경우 정기국회가 끝남에 따라 상당수가 주말지역구활동에 나섰지만 이들중에는 『서울에 남아있으려니 괜히 속보이는 것같아 아예 월요일까지 지방에 머물 생각』으로 떠난 사람도 적지않다. 발표시점직전에도 명단이 뒤바뀌었던 지난번 조각을 상기하며 『어차피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아무도 장담할수 없는 이상 움직여봐야 감점요인밖에 더 되겠냐』는 생각들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입각이 점쳐지는 주요 인사들은 여전히 언론의 하마평과 청와대쪽의 기류를 예의주시하며 『이름을 거론치 말아달라』 『왜 이름을 빠트리느냐』 『신경을 좀 써달라』는등의 상반된 방법으로 직간접의 입각희망을 표시하고 있다.
이처럼 속타는 마음들이 어느때보다 다양하게 나타나는것은 이번 개각이 각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개각폭이 넓을뿐 아니라 현정부의 2기를 맞는 내년1년은 국가적차원에서도 중요한 모멘트가 될것이고 따라서 각료개개인의 위상도 그만큼 강화될것이라는 판단에서이다. 바꿔말해 『이번에 내각멤버가 된다는것은 그만큼 부담도 크겠지만 문민정부의 기틀을 굳건히 하는데 일익을 담당한다는 것자체가 정치경력에 엄청난 도움을 줄것』이라는 한결같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얘기이다.
초조한 심경은 유임과 경질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장관들에게 더하다. 대부분 대통령의 최종결심에 거취를 일임한다는 대천명의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모든 촉각을 인선작업에 모으고 있다. 개각폭이 10개부처 이상일것이라는게 이들의 희망적인 관측인데다 개편시기가 늦어진다는 사실이 내각컬러의 전면변화를 예고한다는 추측도 있어 이들의 답답함을 더해주고 있다.【최규식·이유식·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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