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계유년(1993년)은 책의 해 였다. 거의 새해를 맞을때 마다 새해의 주제를 정하고 1년간 주제를 중심으로 갖가지 캠페인을 벌이면서도 막상 한해를 정리하는 세모에 이르면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둬들이지 못해 아쉬워하곤 했던것이 이제까지 관례처럼 되어 왔었다. 그러나 책의해 93년은 그러한 관례와는 달리 알찬 성과를 거두었다. 한해동안 책의 해 기념행사를 주도하고 21일 해체되는 책의 해 조직위원회가 내놓은 성과보고만 보더라도 한해동안 6백80여건의 기념행사가 전국각지서 열렸으며 국립중앙박물관서 열린 한국의 책문화특별전은 하루평균 1만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성황이었고 멀티미디어심포지엄, 책의 역사기행, 전국민독서실태조사, 책의 해 인물선정작업, 서울도서전및 지방도시순회도서전, 해변도서전, 저자와의 대화, 1백만권 책보내기운동 등이 무두 알찬 결실을 맺었다고 한다.
그러나 책의 해가 거둔 가장 알찬 성과는 책을 가까이 하고 책을 읽어 마음의 양식을 가꾸는 독서분위기가 국민들사이에 폭넓게 확산되고 뿌리 내렸다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몇몇 기업은 임직원들에게 독서휴가를 실시하고 1만페이지책읽기운동을 펼쳤는데 기업들의 이같은 독서운동은 책의 해에 달라진 풍토라고 하겠지만 산업사회에서는 각종 정보의 신속한 입수와 정확한 판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광범위한 독서를 통해서 정보입수와 판단의 기초를 쌓을수 있고 보면 정보화시대의 치열한 경쟁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이길밖에 없다고 하겠다.
광범위한 양질의 독서가 개인에게 있어서는 자질과 품격육성, 국가와 사회에 있어서는 잠재력축적의 기본양식이 되고 있지만 이제까지 우리의 출판문화와 독서풍토는 질량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아 교과서나 참고서, 저질만화가 주조를 이루었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학업을 마침과 동시에 책과 담을 쌓다시피 했었다. 그러던것이 책의 해를 계기로 참고서중심의 출판문화가 교양서적과 전문서적중심으로 바뀌어 질적인 향상을 이루고 책과 멀어졌던 성인들이 책을 가까이 하여 사회기풍마저 일신하게 되었다.
책의 해를 계기로 이처럼 질적으로 충실해진 출판문화와 폭넓게 확산된 독서분위기가 앞으로 더욱 풍요하게 펼쳐지고 융성하게 뻗어 나가야만 93년을 책의 해로 선정한 의의가 살아 날 수 있다. 책의 해는 저물지만 모든 해가 책의 해이고 1년 3백65일이 모두 책의 날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 할 때 책의 해에 뿌려진 출판문화가 풍성하게 뻗어나가고 그 바탕위에 민족문화가 꽃피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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