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악의 해」 지정 이어져/예술학교 음악원 출범·오페라극장 개관도 큰 경사 올해 음악계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출범(3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개관(10월), 영화 「서편제」가 불 붙인 이변과 이를 받쳐준 「94 국악의 해」지정등 21세기 음악문화의 밑거름을 다졌던 한 해로 볼 수 있다.
또 외국의 이름있는 연주자들이 줄지어 내한 공연을 가졌고 대전엑스포 문화행사를 비롯한 각종 음악제가 잇따라 열려, 외형적으로도 그 어느해보다 풍성한 무대가 계속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컨서버토리로 올해 첫 신입생을 받은 음악원은 음악영재의 조기발굴과 실기위주의 전문교육을 통해 전문연주자를 배출해 내는 요람으로 일단 자리잡은 것으로 평가 받았다. 또 동양 최대의 오페라 전용극장인 서울오페라극장의 개관도 음악계의 큰 경사였다. 오페라뿐만 아니라 발레, 뮤지컬, 현대무용, 창작음악극등 각종 공연예술을 무대화할 수 있는 오페라극장은 10월부터 음악극축제를 개최, 오페라 토착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판소리를 소재로 한 영화 「서편제」의 흥행성공은 올해 갑작스런 국악열기를 일으켰다. 그동안 공연장마다 구색맞추기에 불과했던 각종 국악무대에 청중이 몰렸고 국악음반을 찾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문화체육부는 이같은 국악바람을 반영하여 내년을 국악의 해로 지정, 우리 국악이 진정한 한국음악으로 거듭나야 할 과제를 음악인에게 안겨줬다.
또 올해는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의 내한 공연이 어느해보다 많았다. 1월6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던 파바로티 독창회를 시작으로 스페인 출신의 테너 호세 카레라스, 세계 3대 여류 바이올리니스트 중의 하나로 꼽히는 안네 소피 무터, 현대 첼로의 거장 요요마,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오자와 세이지가 이끄는 빈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등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정상급 연주자들의 잇단 내한무대는 국내 음악애호가들이 질좋은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되기도 했지만 보통 14∼16만원씩하는 고액 입장료때문에 「음악표 과소비」시비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연주계에서는 틀에 박힌 공연스타일로 청중을 기다리기만했던 과거의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연주자들이 독특한 기획무대를 마련하거나 청중을 직접 찾아 나서는 반가운 움직임이 있었다. 한 작곡가의 작품만을 무대에 올리는 「전곡연주회」가 어느 해보다 활발했고 연주자와 관객의 교감을 높이기 위해서 무대구성과 연주공간을 바꾼「대화가 있는 음악회」「화랑연주회」등이 열려 청중을 모았다. 전곡연주에서는 피아니스트들의 활동이 두드러져 백건우(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이경숙(프로코피에프 소나타) 문용희씨(슈베르트 소나타)등이 성실한 중견 연주자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밖에 대전엑스포 문화예술축제, 아시아현대음악제, 서울국제음악제, 범음악제등 각종 음악제가 풍성하게 열렸는데 너무 형식에 치우쳐 규모나 투자에 비해서 큰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 음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오히려 규모는 작았지만 그동안 우리 음악계에서 잊혀졌던 작곡가 윤이상과 김순남의 작품 세계를 본격적으로 조명했던 한국페스티벌앙상블의 20세기 음악축제가 눈길을 끌었다.【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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