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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정착 정치력 필요(「고금리」벽을깨자·제2부:11·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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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정착 정치력 필요(「고금리」벽을깨자·제2부:11·끝)

입력
1993.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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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세금리하락은 “사상누각”/구조적개선 없으면 다시무너져 실세금리가 요즘 12%대로 떨어졌다. 불과 1∼2년전 20%대까지 치솟던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경제를 한번 해볼만한게 아니냐는 말도 나올만하다. 또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생산현장에서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한자리 저금리가 마침내 실현될 수도 있는게 아니냐고 기대를 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실세금리는 자체 저금리의 튼튼한 구조를 구축해가면서 생기는 자력금리가 아니라 고금리구조를 숨긴채 외부요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형성된 위장저금리다. 부동산투기광풍이 한차례 지나간 뒤끝에 투기기운이 잠시 휴면하고 있는 사이에 기업투자마저도 얼어붙어 자금수요가 줄면서 생긴 「풀죽은 금리」인것이다. 금리구조의 근본적 문제에 아무런 개선이나 변화 없이 일시적인 주변 여건에 힘입어 형식적인 수치만 낮아져가지고는 아무 쓸모가 없다. 이 상태에서는 일시적으로 한자릿수 금리가 등장하더라도 여건만 바뀌면 언제라도 본래모습인 천정부지의 고금리로 되돌아간다. 돈값(금리)자체가 맥이 빠져있기 때문에 허울만 그럴듯할뿐 기업에 아무런 활력을 불어넣어주지 못한다. 기업들이 돈을 안쓰기 때문에 생긴 저금리이기에 기업들이 다시 돈을 쓰려고 나서면 돌연 두자릿수 고금리로 바뀌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여건이 바뀌어도 고금리로 돌아가지 않을, 구조적으로 정착된 저금리이다. 기업의 자금수요가 본격적으로 되살아날 때 악성 투기자금수요가 함께 섞이지 않도록 구조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저금리는 제힘을 갖게 된다. 투기광풍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한 저금리구조는 순식간에 허물어진다. 해외의 값싼 저금리가 들어오더라도 생산이 아니라 투기를 부추기는 악역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저금리구조의 구축작업은 경제적 제도개혁으로 해야 하지만 정치적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현불가능하다는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금리의 파괴가 갖는 시대적 의미를 정부가 어느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경제가 고비용구조의 무거운 하중에 눌려 신음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성장률 수치를 얼마간 높이는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고비용구조라는 본질적 문제를 외면한 채 지난 정부때 늘 그랬던것처럼 성장에 급급한것은 문민시대 새정부의 경제시책으로는 어울리지 않는것이다. 3공은 성장제일주의의 시대였다. 이후 5공과 6공1기는 종전 성장시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아류성장시대였다. 다만 5공이 단기적으로 관제 저물가를 바탕으로 성장시대의 과실을 따먹었다면 6공1기는 그 휴유증과 부작용에 대응하느라 몸살을 앓았다는 사실이 차이점일 뿐이다.

 성장의 아류시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가 열릴수 있느냐의 여부는 금리 땅값 임금등 비용3고로 특징지워지는 한국경제의 철벽같은 고비용구조를 과감히 깨 저비용구조로 탈바꿈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것이야말로 2∼3년간의 두자릿수 경제성장보다 훨씬 귀중한 정부의 공적이 될수 있을것이다. 그것은 경제적인 면에서 볼 때 성장의 제1세대를 마무리하고 종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선진형경제로 가기 위한 제2세대의 실질적인 출발이다. 당장의 고성장보다 저금리, 저비용구조의 튼튼한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 시대가 지금의 정부에 부여한 의무임을 먼저 인식할 때 구체적인 저비용구조 구축작업의 시작이 가능하게 될것이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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