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빠진 대정부질문이었다. 온나라가 UR협상타결과 쌀시장개방에 따른 대책을 걱정하고있는 이때, 이 문제를 따지기 위해 열린 18일의 국회 본회의는 그야말로 썰렁하기 짝이 없었다. 의원들의 자리는 평균 1백여석가량 비어 있었다. 질문에 나선 7명의 의원이나 답변에 나선 9명의 장관에게서도 종전의 대정부질문 때와 같은 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날 임명된 이회창총리의 표정에서 만큼은 의욕의 빛을 찾아볼 수 있었으나 답변내용은 본회의장 위를 공허하게 떠다닐뿐 듣는 사람의 가슴에 결코 와닿지 않았다. 쌀문제를 놓고 온나라가 들끓던 때와 같은 격정과 근심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마디로「내일이면 물러날 장관」들을 상대로 무엇을 물어보겠느냐는 분위기였다. 이미 총리가 경질됐고 곧 대대적인 개각이 예고돼 있는 마당에 지나간 잘못을 목청 높여 추궁하는것도 우습고 향후대책을 묻는것은 더욱더 말이 안된다는것이다. 차라리 임명된지 하루밖에 되지않아 비록 업무파악이 안됐더라고「새 장관」을 상대로 해서 앞으로의 각오라도 물어보는게 훨씬 더 나았을것이라고 의원들도 입을 모았다.
모처럼 쌀문제를 장내로 끌어들인 대정부질문이 유명무실해진것은 물론 돌발적으로 튀어나온「개각정국」때문이다. UR협상타결과 대책을 묻기 위한 대정부질문은 이미 지난 15일 여야간에 합의된 사항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다음날 총리가 바뀌면서 전면개각이 예고됐다.
정가는 개각의 전격성에 놀라면서도 대정부질문에는「새 장관」들이 나올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막상 일은 그렇게 되지않았다. 『개각같은 중대사에 대해 과연 사전계획을 세워놓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데에도 여러 분석이 뒤따랐다.
어쩌면 이날의 대정부질문은 대수롭지 않은것이라고 말할수 있다. 하지만 매끄럽지 않은 일처리가 계속될때 그 성과에 관계없이 일에 대한 믿음은 떨어질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예측가능한 정치」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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