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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총리의 과제/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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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총리의 과제/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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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헌법은 미국과같은 완전한 대통령중심제가 아니라 내각책임제가 가미된 대통령중심제다. 그것은 국회가 국무총리의 임명동의를 하고 또 국무위원에대해 불신임안을 채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이승만대통령은 제헌당시 고집대로 내각제를 막고 대통령중심제를 관철시켰음에도 국무총리직제를 탐탁지않게 여겼다. 미국식민주주의가 몸에 밴 그는 재임중 총리는 국무장관이자 수석보좌관으로 생각하고 대부분의 국사를 직접처리했다. 총리를 유명무실화 한것이다. 그대신 총리를 정치적으로 크게 활용했다. 우선 이범석이 이끄는 민족청년단이 전국적조직으로 위세를 보이자 그를 초대총리로 기용하면서 족청을 해산케한뒤 1년8개월만에 내보냈다.

 부산피란시절에는 얌전하게여겨 임명한 장면총리가 야당과 은밀하게 연락을 갖자 사직시켰고 후임인 장택상총리를 이범석내무장관과 경쟁시켜 장기집권을 위한 발췌개헌안을 통과시킨뒤 역시 5개월만에 해임했다. 이대통령은 그뒤 정치적으로 무색이어서 임명한 강직청렴한 변영태가 자주 직언을하자 완전한 대통령중심제를 구현한다는 명분아래 54년11월29일 소위 사십오입개헌때 총리제를 폐지하고말았다.

 하기야 총리제를 경계한것은 이대통령뿐인가. 3공헌법부터 총리제가 복활된뒤에도 력대집권자들은 대체로 국무총리가 「능력을 발휘하는것」을 달가워하지않고 덜 중요한일의 대역 또는 방탄용으로 이용해온게 사실이다.

 때문에 총리는 우리나라의 최고위직중 가장 힘들고 어려우면서도 쉬운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어려운 점은 첫째 대통령을 모시게되어 처신이 조심스럽기만하고 본격적인 내각의 지휘란 불가능하며, 다음 「정치」는 감히 생각할 수 없고 셋째 대통령과 장관간의 직접대화에 어색하기만하며 끝으로 유형무형의 책임은 언제든 져야하기 때문이다. 쉬운것은 「소신」을 접어두고 대통령에대한 맹종·순종으로 일관하면서 각종행사에서 기념사나 대독하면 그만인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의 이회창총리 임명은 가히 충격료법식 인사여서 많은 궁금증을 낳고있다. 이는 최근들어 개방화 국제화를 통한 경쟁력강화를 강조하던 청와대―정부의 분위기와는 뭔가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쌀수입개방으로 어수선한 국민여론을 돌리기위한 국면전환용인가. 자칫 조금만 틈을 주면 해이해질 공직기강을 강화, 사정과 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과시용인가. 아니면 적극성있는 경제팀을 새로구성, 경제전담과 내정안정의 역할분담을 도모하려는 것인가. 갖가지 해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실 새해에는 나라안팎으로 굵직한 숙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안으로는 물가안정, 경기회복과 함께 우루과이라운드협상타결에 따른 농업대책과 산업구조개편, 그리고 부정부패척결에 이어 새한국건설에 착수해야하고 밖으로는 개방화에 따른 수출증진과 국제적협력강화, 북한핵문제해결과 그뒤의 남북관계활성화등 어느것하나 만만하지가 않다. 바로 새 내각이 해결해야할 숙제들인 것이다.

 따라서 이의해결을 위해서는 국정운영방식을 크게 개선해야만한다. 우선 대통령―청와대가 모든 대소사에 손을 대고 해결에 나서는 것은 지양해야할 것이다. 문민정부출범이후 10여개월 동안은 뿌리깊은 한국병―부패척결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했으나 이제는 내각―각부장관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대통령은 대국적으로 큰통치―큰정치만을 하는게 필요하다.

 아울러 내각역시 크게 달라져야한다. 먼저 총리는 각부장관을 완전히 장악, 지휘하여 모든 문제는 내각에서 해결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다음 총리는 소신을 갖고 국민의 올바른 소리를 국정에 반영하고 대통령에게 직언해야하며 사정으로 위축되어 무사안일과 보신주의가 팽배해 있는 공직사회에 격려의 새바람을 불어넣고 특히 나라의 재산인 전문관료들을 중용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또한 총리는 매월1회씩 전각료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정례화하여 국민들에게 국정운영 현황을 소상히 밝히는 한편 특별한 기밀사항이 아닌한 국무회의 내용을 국민에게 국회처럼 공개하여 참으로 「유리창행정」 「신뢰받는행정」을 실천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국민은 이회창총리와 곧 개편, 구성될 새내각을 주목하고 있다. 과연 「눈치안보는 소신」으로 「일하는 총리」 「일하는 내각」의 모습을 보일 것인지 아니면 관례대로 「대독총리」 「간판총리」가 될 것인지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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