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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이자벽 은행이 구축(「고금리」 벽을 깨자: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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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이자벽 은행이 구축(「고금리」 벽을 깨자:10)

입력
1993.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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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예대차익4.6%… 일의2배/저생산성·경영구조 낙후가 주범 우리나라 은행은 「고금리구조」의 단단한 옹벽에 둘러싸인 거대한 요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에 자금난까지 겹쳐 제조업체들이 여기저기서 잇달아 쓰러져도 은행만큼은 끄덕 없다. 어차피 돈쓸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땅값이 뛰든, 물가가 치솟든 은행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업에 은행은 좋든 싫든 「돈줄」이다. 아무리 높은 돈값을 불러도 타금융권에 비하면 은행금리는 항상 낮다. 은행들은 이「금리상 비교우위」를 한껏 누리며 고금리벽을 깨기는 커녕 더 단단한 구조물로 벽을 쌓고 있다.

 은행은 시중자금을 모아(예금) 산업현장에 공급하는(대출) 돈의 중개처다. 이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자금중개비용)가 은행수입의 원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엄청난 중개비용으로 인해 은행과 고금리는 고질적인「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반적인 고물가와 낮은 저축률이 낳은 구조적 고금리야 어쩔 수 없다손치더라도 자금중개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 생산기업의 금융부담을 덜어주는 일은 분명 은행이 해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91년 평균 연6.8%로 예금을 받아 연11.4%금리로 대출을 내줬다. 예금으로 모여진 돈들이 생산자에 공급되기 위해 은행을 거치면서 연 4.6%의 중개비용이 금리로 얹혀진 것이다. 이 고중개비용이야말로 한국경제의 고금리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중의 하나다.

 같은 해 미국 일본은행들의 중개비용은 우리보다 훨씬 낮은 3.9%와 2.2%에 불과했다. 1%포인트 금리인하시 2조원의 기업금융비용이 경감된다고 할때 우리 은행들이 중개비용을 일본수준으로만 낮춰주면(2.5%포인트인하) 기업들은 연간 5조원의 금융비용지출을 줄일 수 있다. 「가급적 싼 예금, 가급적 싼 대출」이 저금리구조의 선진국 은행전략이라면 「가급적 비싼 예금, 가급적 더 비싼 대출」은 고금리국인 우리 금융기관의 실상이다. 

 최고수준의 중개비용을 모두 이익으로 남겼다면 우리 은행들의 수익성 역시 최고여야 겠지만 재무구조는 결코 건강치 못하다. 두자리수 배당도 어렵고 툭하면 자구계획 만들기에 바쁘다. 이익도 못남기면서 똑같이 조달한 자금을 비싸게 파는 것은 은행경영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높은 중개비용은 낮은 생산성에서 나온다. 지난해 우리나라 은행원들은 1인당 평균 11억3천만원의 예금과 10억6천만원의 대출로 1천6백만원의 이익을 남겼다. 반면 일본은행원들은 예금 1백33억7천만원과 대출 1백18억8천만원으로 4천1백만원을 벌어들였다. 일본의 은행원 생산성은 우리보다 예수금실적에서 11배, 당기순이익에서 2.6배에 달한다. 80년이후 국내은행들의 생산성증가율은 연평균 0.34%로 제조업(연평균 3.9%)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고 있다. 

 선진국 은행에선 컴퓨터가 할 일을 우리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매달리고 있으니 생산성은 낮고 인건·물건비등 경비지출이 많은것은 당연하다. 막대한 부실채권으로 인한 손실도 중개비용에서 충당돼 결국 차입자에게 전가된다. 선진국 은행은 중개비용이 낮아도 선물환·옵션등 첨단 재테크나 수수료수익으로 수지를 맞추지만 우리 은행들은 그저 안전한 예대차익만 바라보고 있다. 낙후된 은행구조가 높은 중개비용을 낳고 결국 고금리의 악성구조를 만든 것이다.

 은행돈을 쓰는 우리 기업들은 결국 저생산성 고경비 낙후된 심사기능같은 은행경영의 비합리성에서 나오는 불필요한 비용까지 대신 지불해주고 있는 셈이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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