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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총리(장명수 칼럼: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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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총리(장명수 칼럼:1620)

입력
1993.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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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대통령은 일반의 예상을 뒤엎으면서 개각을 단행하고 있다. 그는 최근 여러차례 당정개편을 부인해왔고, 총리경질 바로 전날인 15일에도 CBS와의 인터뷰에서 개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체로 새정부 출범 1년이되는 내년 2월안에 개각이 있을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지만, 대통령이 잇달아 개각을 부인하면서 한편으로 개각인선을 하고 있었다는것은 국민을 놀라게 하고 있다. 두번째로 국민의 예상을 깬것은 총리의 인선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에 총리를 바꾼다면 국제감각이 있고,남북문제와 경제를 잘아는 인물을 기용할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황인성총리의 사표가 전격적으로 수리된 16일, 사람들은 이런 조건에 맞춰 후임총리를 점치기에 바빴다.

 새총리로 이회창감사원장이 발탁됐다는 소식은 그런점에서 국민을 잠시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는 뛰어난 법관이었고, 강직한 감사원장이었으나, 그의 국제감각이나 남북관계, 경제문제에 대한 능력은 전혀 시험된바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사람들은 대통령이 경제발전, 국제화, 통일등에 관해 국민이 생각하는만큼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것인가하고 의심하기도 했다.

 이회창총리를 맞는 국민들의 반응은 두갈래로 갈리고 있다. 지난 열달동안 감사원장으로서 발휘해온 그의 강력한 개혁의지와 적당히 넘어가지 않는 철저한 업무스타일에 호감을 느꼈던 사람들은 그가 총리가 된것을 반기고 있으나, 그가 감사원장직에서 도중하차한것을 유감스러워하는 이들도 많다.

 새정부 출범이후 감사원은 가장 성공적으로 일했고, 국민의 신뢰를 구축해 왔다. 이회창 감사원장은 성역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꿋꿋한 자세로 감사원의 기능을 회복하고, 위상을 높였다. 그는 국방부와 안기부, 전직대통령들까지 감사원의 조사대상으로 삼아 문민시대가 왔음을 확실하게 국민에게 알렸다. 국민이 겨우 감사원을 믿기 시작할때, 신뢰를 구축해온 감사원장이 경질됐다는것은 아쉬운 일이다.

 대통령책임제아래 국무총리의 처신은 매우 어렵고, 역할도 옹색해지기 쉽다. 김영삼대통령은 그누구보다도 강력해지기를 원하는 대통령이다. 강력한 대통령과 재주있는 장관들 사이에서 총리는 자칫하면 의전적인 역할에 머물게 된다.

 새총리는 『개혁과 경제발전·국제화는 상충되는것이 아니다. 개혁으로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행정을 효율화하고, 부정을 없애야만  경제발전도 국제화도 가능해진다』고 말하고, 『공직자들은 개혁을 두려워하거나 기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감사원장으로서 파악한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어떻게 개혁하여 국제화·개방화에 대응해나갈것인지를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국민들은 유능한 감사원장을 잃고 마느냐, 유능한 감사원장에 이어 유능한 총리를 갖게되느냐 하는 의구심을 품은채 새총리를 맞고 있다. 새총리는 감사원을 이끌던 꿋꿋한 기개로 대통령중심제 아래서도 유능한 총리가 나올수 있다는것을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 역시 성공적이었던 감사원장을 실패한 총리로 버리지않도록 총리의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보장해야 할것이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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