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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로 나선 훼리호 유족/김병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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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로 나선 훼리호 유족/김병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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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까지 거리에 나서야 하나』 서해훼리호참사 유가족 5백여명은 17일 하오1시께 서울 종로구 해운항만청 청사앞에서 대정부배상촉구대회를 갖고 서울역옆 교통부까지 가두행진했다.

 11월1일 구성된 배상대책위원회와 해운항만청의 보상협의가 한달이 넘도록 진전되지 않은 탓이다.

 이날 집회는 지난 10월10일 사고발생직후 터졌던 오열과 흥분은 지워지고 침울함과 간간이 들리는 흐느낌속에서 추운 날씨만큼이나 쓸쓸하게 진행됐다.

 답지하던 성금(현재 80여억원)의 손길도 시간이 지나가면서 차츰 뜸해진데다 최근 몰아닥친 쌀시장개방 파동과 개각정국등으로 유가족들 스스로 국민의 관심과 정부의 성의를 더이상 기대할 수 없는 잊혀져가는 존재로 여기는듯 했다.

 『연말 분위기에도 어울리지 않게 집단행동에 나선것은 정부태도가 괘씸했기 때문』이라는 오한선대책위간사(33·전북 전주시)의 말처럼 유가족들은 정부에 강한 서운함을 보였다.

 남편을 잃은 한 유가족은 『…아빠,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시던 이 정부를 이제 저는 절대 좋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생목숨을 2백92명이나 앗아간 정부가 죄의식 하나없이 적선하듯이 돈 8천만원을 던져준다는것입니다』라고 손수 쓴 원고를 읽으며 눈물을 훔쳤다.

 대책위는 그동안 해운항만청과 10차례 협상을 해오며 1인당 1억5천여만원 국가배상을 요구했으나 항만청은 8천여만원 보상을 제시했다.

 유족들은 『책임은 없으나 도의적 차원에서 보험금과 국민성금외에 지원금 60여억원을 지급한다』는 정부태도에 『관리감독태만 책임을 안지려면 정부는 무엇하러 있느냐』고 성토했다.

 구포기차사고와 아시아나항공기사고 유가족들은 항만청이 제시한 액수보다 두배나 많은 배상금을 받았다. 서해훼리호 유가족들이 이들 사고간에 책임소재와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는점을 일부 인정한다하더라도「사고에도 급수가 있다」는 불만을 지우기는 쉽지 않은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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