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정국전환 겨냥 전격조치/개혁 가시성과 제시 주력할듯 김영삼대통령의 12·16 내각개편은 쌀시장 개방등에 따른 문책과 여론을 수렴한 민심수습의 성격이라고 우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더 깊게 들여다 보면 새해 정국운용 전반을 검토한 필연적 수순이라는 측면도 크다.
대폭적인 당정개편 전망은 쌀시장 개방파고가 닥쳐 오기전부터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었다. 김대통령이 집권 2년째의 국정운영을 펴 나가기위해 당연히 새 진용을 짤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그같은 당정개편의 시기는 연말보다는 연초, 또는 취임1주년 직전인 내년2월께를 점치는 쪽이 다수였다.
이런 전망을 뒤엎은것은 물론 쌀시장 개방이었다. 김대통령이 내각개편을 당초 구상보다 앞당길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이다. 김대통령 자신이 쌀시장 개방에 따른 사과담화 발표이후 여론의 향배를 보며 내각개편 구상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대통령이 계속 내각개편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온것은 UR협상이 진행중인것을 감안한 때문이라는게 청와대측의 「사후설명」이다.
설령 김대통령이 개편시기를 신년초로 늦추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해도 상황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대폭적인 여권진용 개편 필요성이 대세를 이루면서 우선 행정부에서부터 업무공백이 일어났다.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고 있다는 것을 청와대가 감지못했을 리가 없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어차피 갈아야 할 내각을 이끌고 짧은 기간이라해도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을것이다. 여기서 이번 개편이 단순한 문책성격을 넘어 김대통령정부의 앞으로 정국운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대통령은 평소 『한번 임명했으면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잦은 인사를 배척해왔다. 과거 정권이 문제가 있을 때마다 장관에 책임을 지워 단명에 그치게 함으써 사람을 못쓰게 한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말은 김대통령에게 멍에가 되어 온 면도 있다.
내각을 비롯한 여권진용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1년 정도의 일할 기회는 주어야 한다는 소신에 얽매여 있었던 인상인것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에게 취임후 최대의 시련을 안겨준 쌀시장 개방 파고가 오히려 그에게 단안의 계기가 됐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이번에 대폭개각등 당정개편을 단행하게 됨에 따라 새해들어서면서부터 정국을 틀어쥐고 다시 개혁추진을 가속화할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정치일정으로 볼 때 김대통령정부에 「일할 시간」이 그리 많은게 아니다.
95년에는 지방자치 단체장과 의회선거가 있고 이어 96년에는 총선이다. 새해 94년 1년이 이 정부의 앞날을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대통령이 여론에 밀렸느냐 여부와 당초 시기를 언제로 잡고 있었느냐에 관계없이 이같이 촉박한 일정도 이번 개각 단행에 큰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아야 한다.
김대통령의 이번 당정개편 수순에 이은 새해 국정운용 방향과 관련, 올해 1년의 개혁이 인적 물갈이에 의한 개혁의 바탕마련에 있었던데 비해 가시적 성과를 얻는데 주안이 두어 질것 같다. 경제성장 지수는 물론 이제 국민들이 개혁정책의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과의 제시가 필요하게 된것이다.
김대통령은 결국 이번 여권진용 개편카드로 쌀시장 개방에 따른 엄청난 파고를 넘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연말이란 시점과 국회폐회무렵이란 점등을 감안할 때 그 파고를 무난히 진정시킬 수 있을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새해 정국 역시 올해처럼 「질풍노도」식으로 밀고 갈 수 있으리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김대통령은 이번 단안으로 시간을 번 측면과 함께 반대로 정국운영에 어려움을 안은 면도 있다. 쌀문제가 터지지 않았다면 조용히 연말을 넘기고 새해들어 새 진용을 선 보여 국민들의 심기일전도 기대할 수 있었다고 보면 카드 하나를 미리 내보일 수 밖에 없었다는 해석도 가능한것이다.【최규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