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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가수 노래모음/CD로 나온다/김해송·채규엽 등 9명 60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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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가수 노래모음/CD로 나온다/김해송·채규엽 등 9명 60여곡

입력
1993.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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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으로 간 가수들」 새해1월 발매예정 월북 가수들의 노래만을 모은 복각 CD가 발매된다. 신나라레코드가 「유성기로 듣던 ―북으로 간 가수들」이라는 제목으로 내년 1월말께 발매할 4장짜리 음반은 20, 30년대의 톱가수중 광복과 6·25를 전후해 납·월북한 인물들을 골라 그들의 노래중 60여곡을 추린것이다.

 「선창」 「연락선은 떠난다」등을 불러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김해송, 「한많은 신세」 「명사십리」의 채규엽을 비롯, 선우일선 강홍식 이규남 김선초 왕수보 김연실 김선영등 모두 9명의 노래가 실려있다. 대부분 이제까지 월북가수의 노래라는 이유로 제대로 불려지지 않았던 곡들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일제하의 암울하던 시절 목소리 하나로 민중들의 시름을 달랬던 스타이자 만인의 연인이었다. 

 1933년 설립된 경성방송국의 전파를 타고 이들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온마을 사람이 모여 귀를 기울였고 극단의 막간 가수로 전국공연을 할때면 구름같은 인파가 몰렸다. 권번출신인 선우일선의 신민요 「능수버들」, 이규남의 「진주라 천리길」, 김선초의「아내의 무덤」, 채규엽의 「아득한 천리길」등은 당시 민중들의 유일한 즐거움이었으며 당시의 정서를 대변해주었다.

 김해송의 「선술집 풍경」이 그 대표적인 예다. 「모여든다 모여들어 어중이 떠중이 모여들어/ 곱때바지 두루마기 온갖 잡탕이 모여든다/ …커―어, 술맛좋다 좋아 좋아/ 선술집은 우리들의 파라다이스」 한잔술로 괴로움을 잊고자했던 당시 사람들의 애환이 짙게 담겨있다.

 이들은 광복이후 많은 예술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남과 북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더러는 김선초처럼 사상적인 동조로 북행을 결심한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평양등 자신의 고향을 찾아 새로운 활동을 기대하며 북으로 갔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바라던 생활을 하지 못했다. 일제하라곤 하지만 스타로 자유롭게 살아가던 이들이 경직된 체제에 쉽게 적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활동이 없던 탓에 월북 이후의 소식은 거의 알 수 없고 다만 채규엽이 두만강 탄광에서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이번 음반은 그간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이들의 노래를 다시 듣게 됐다는 점외에도 우리 가요사에서 접혀져 있던 역사의 한부분을 제대로 복원시켰다는 의의를 지닌다. 

 좋은 음원을 위해 일본의 가요애호가들을 찾아가 이들이 소장하고 있는 SP음반을 곡당 3천∼5천엔씩 주고 녹음해왔고 잡음도 최대한 제거해 자료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 

 이번 작업을 도맡아 한 신나라레코드 문예부장 이태규씨는 『이번 음반은 당시 어렵고 힘들게 살았던 사람들, 특히 실향민들에게는 단순한 옛노래 이상의 의미가 있을것』이라며 『넓게는 가요사 정리와 좋은 우리노래 만들기를 위한 최소한의 근거자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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