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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도 주고 책임도 지고(사설)

입력
1993.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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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엊그제까지 요직개편을 부인했던 김영삼대통령이 문민정부출범10개월만에 국무총리를 전격 교체한것은, 시기를 앞당기고 뜻밖의 인물을 기용하는 의표찌르기로 국정쇄신과 함께 쌀시국의 국면전환을 겨냥한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먼저 이회창총리에 대해 개방화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책임행정·정직한 행정을 기대하고자한다. 아울러 김대통령은 총리를 바꾼만큼 보다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내각을 대폭 수술, 개편해야 할것이다. 황인성전총리의 퇴진은 충분히 예측됐던 쌀시장개방 파고와 관련, 사전에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한데 따른 문책이란 점에서 당연하다 하겠다. 비록 문민정부의 첫총리로서 중요한 개혁과업추진에 나름대로 기여한것은 인정하지만 내각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해 흔들리는 국정운영으로 갖가지 누수를 막지못한 책임은 면할 수 없을것이다. 공직사회의 기강해이로 인한 각종 대형사고의 연발도 그렇고 내각의 잡음, 즉 일부각료의 축재의혹, 자질시비, 경제팀의 팀웍부진과 통일관계장관들의 혼선야기등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걱정만 안겨 준것 또한 사실이었다.

 바로 이같은 실정때문에 한때 85∼94%까지 치솟았던 문민정부를 보는 국민의 기대와 개혁에 대한 지지는 날로 떨어졌던것이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30년만에 부활된 문민정부의 시정, 특히 사정·개혁조치등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큰 기대를 걸었음에도 정부는 이같은 국민적 지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함으로써 「약한 정부」 「능력없는 정부」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감사원장의 총리발탁은 의외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국정운영에 대한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것이 아니라 원장취임이래 새 정부의 사정·개혁추진의 견인차역을 훌륭하게 수행, 국민의 신망속에 죽은 감사원의 위상을 일신했고 앞으로도 수행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한 마당에 총리기용은 뜻밖의 일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이른바 국가적 원로나 측근인사대신 이총리를 과감하게 임명한데는 몇가지 깊은 고려를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첫째로 취임때 약속한 부정부패척결을 위한 사정·개혁작업을 중단없이 계속한다는 의지를 보인것이며, 둘째 소위 눈치살피기 보신주의 무사안일을 일삼는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하며, 셋째 책임행정, 엄정한 행정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새해에 해결해야할 국가적인 과제는 엄청나게 많다. 물가억제와 경기회복 그리고 우루과이 라운드협정타결에 따른 산업통상체제를 전면 재편하고 수출증진을 촉진해야하고 북한핵문제타결과 그후에 오는 남북관계에도 대비해야하며 임금인상요구등을 포함한 내정수습등 어느것 하나 쉽지가 않다.

 여기서 김대통령에게 강조하고 싶은것은 총리의 위상과 역할이 달라지고 확대되어야 한다는것이다. 그것은 총리에게 내각―장관들의 통솔권 지휘권을 주어야하며 종래와 같이 「대독총리」 「간판총리」 「의전용총리」로 지속되는한 효율적인 국정운영은 기대하기 어려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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