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나라를 이끈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꼭 2주일 후면 송구영신을 할 시점이다. 「변화와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새 정부의 통치 밑에서 우리사회는 실로 엄청난 변화를 거듭했다. 그러나 막상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은 「변화와 개혁」이 예상됐던 교육분야는 거의 달라진것이 없다. 통치권자의 안중에서 벗어난 탓인지 교육은 여전히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김대통령은 『교육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었다. 입시지옥 해소와 인간성 회복의 교육개혁을 하기 위해 대통령직속의 「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공약도 했다. 98년까지 GNP 5%수준까지 교육재정확대를 약속하는등 7개교육영역에 걸쳐 66개의 구체적인 교육공약을 제시함으로써 교육계는 물론이고 온 국민적인 기대를 갖게 했다.
새 정부는 그러나 집권 첫 해가 저물어가도록 교육분야에 관해서는 개혁을 위한 어떤 준비도 한 흔적이 없다. 교육개혁이란 말마저 의도적으로 피하는것같다. 그래서 교육계에서는 『교육개혁은 물건너 간것 아니냐』면서 불안해하고 실망스러워하고 있다.
대통령의 교육에 관한 무관심이 그것으로 끝날 수만 있다면 그래도 괜찮다고 할 수 있다. 그 무관심이 교육예산을 상대적으로 위축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게 마련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봐야한다.
94년정부예산속의 교육부예산을 분석해 보면 그러한 문제점이 현실로 나타나 있다. 중교육정책을 공언했고 GNP5%교육재정확대를 공약한 정부라면 적어도 교육부예산을 전정권때보다는 상대적으로 신장시켰어야 마땅하다.
내년도 교육부예산총계는 10조8천7백94억원 규모다. 금년과 비교하면 12.13%밖에 늘지 않았다. 이중 일반회계(8조2천4백10억원)증가율은 11.1%로 정부예산의 일반회계증가율(13.7%)에도 못미치는 푸대접을 받았다. 정부예산중 교육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9.1%다. 최근 5년동안에 최저일 뿐아니라 올해보다도 0.4%가 축소됐다.
GNP대비 교육재정규모도 해마다 0.25%씩 늘려가야 약속한 98년에 5%달성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시행 첫해인 94년예산을 따져 보면 기준년(93년=GNP의 3.71%)보다 0.07% 증가에 그친 3.78%밖에 안된다. 교육투자의지가 식었음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술개발투자를 늘려야 하고 사회간접자본확충에 예산배정을 더 많이 하다보니 공교육예산배정이 여의치 못했으리라는 정부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병이 들대로 든 우리교육을 일대 개혁하기 위해 교육재원을 대폭 확충하겠다던 새 정부의 의지와 약속이 첫해부터 축소지향적이 됐다면 이건 보통 일이랄 수가 없다.
그동안 역대정권의 교육개혁방안과 노력들이 말에 그치고 성공을 거두지 못해 교육이 중병이 든 근본원인은 통치권자의 교육개혁의지와 관심이 부족했으며 개혁실천을 뒷받침할 추진체제와 재원확보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우루과이라운드라는 새로운 세계경제질서속에서 살아 남기 위한 전략을 찾아야 할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국제화·개방화란 국경없는 국제경쟁속에서 적자생존하려면 경쟁할 수 있는 정신력과 자질을 갖춘 2세를 길러내야 한다.
이 중차대한 역할을 해야 하는것이 교육이다. 병든 교육을 이대로 방치해 두고서도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너무 큰 오산이고 착각이다. 교육을 더 이상 소외시켜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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